소줏값 100원도 안 오르는데 식당에선 왜 1000원씩 오르나
소줏값 인상이 예고됐다. 하이트진로(000080)가 주정과 공병 가격 조정 등의 이유로 '참이슬 후레쉬'와 '진로' 등 소주제품의 출고가를 6.95% 올린다고 31일 밝혔다.
출고가 인상이 예고되자 강남 주요 상권에서 '소주 1병에 7000원'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소주 출고가가 오를 때마다 제기되는 의문이 있다. 소주 출고가 인상 폭 대비 식당 판매가가 너무 많이 오른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소비자들의 궁금증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주류의 유통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식당에서 판매되는 주류는 종합주류도매업 면허를 보유한 도매상들을 통해 유통된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후레쉬'의 출고가는 현재 1166원이다. 인상 계획에 따라 6.95% 오르면 1병당 81원씩 올라 출고가가 1247원이 된다. 소주 출고가는 제조원가에 주세와 교육세 등이 합쳐진 금액이다. 주정값과 공병값이 올랐으니 출고가가 인상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주류 도매업계에 따르면 도매상들은 평균적으로 출고가의 약 20~30%의 마진을 붙여 약 1496원~1621원에 마트나 식당, 주점 등에 넘긴다. 소주를 공급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물류비와 인건비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이 가격이 식당으로 가면 훌쩍 뛴다. 서울 시내 기준 식당에서는 평균적으로 소주 1병에 5000~6000원을 받고 있다. 대략 식당 납품가를 1병당 1600원으로 계산하면 5000원에 팔면 3400원, 6000원에 팔면 4400원의 이윤이 발생한다. 식당의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고려하더라도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통상적으로 소주 출고가가 100원 미만으로 오르더라도 식당 가격은 1000원씩 올랐다. 올해 역시 그럴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영업자들을 탓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소주를 팔아 3000~4000원씩 남기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식자재비는 물론 인건비와 전기료 등 공공요금이 모두 올라 감내하기 어려워 내린 결정이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술값을 내리면 그만큼 메뉴 가격을 올려야 식당이 유지되는 상황"이라며 "맥주와 소주를 5000원에 판다고 해서 남는 돈을 식당 주인이 다 가져갈 수 있는 구조는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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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