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거래가 90% … 인터넷뱅킹의 종말


"요즘 누가 인터넷뱅킹을 하나요. 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뱅킹 이용하죠."(30대 직장인 A씨)

창구에 가지 않아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어 한때 '금융혁신'으로 불렸던 인터넷뱅킹 시대가 저물고 모바일뱅킹으로 거의 대체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비대면 거래를 통한 대출 신규 가입을 인터넷뱅킹에서 취급하지 않고 애플리케이션(앱)에서만 다루기 시작했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경우 올해 초 케이뱅크를 마지막으로 전면 모바일뱅킹 체제로 전환했다. 시중은행의 경우 비대면거래에서 모바일 비중이 90%를 넘자 적지 않은 유지보수비가 들어가는 인터넷뱅킹의 축소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최근 인터넷뱅킹을 통한 대출 신규 가입을 종료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모바일 앱 'KB스타뱅킹'을 이용하거나 영업점에 가야 한다. 케이뱅크는 지난 3월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한 웹뱅킹(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로써 인터넷은행 3사는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전면 모바일뱅킹 체제다.

액티브X와 각종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비롯한 인터넷뱅킹의 복잡한 절차 등이 이용자들을 모바일뱅킹으로 이동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온라인뱅킹 이용 건수에서 모바일뱅킹이 차지하는 비중은 86.9%로 역대 최고다. 특히 모바일 앱 강화에 힘을 주고 있는 주요 시중은행 모바일뱅킹 점유율은 이미 90%를 넘었다.

사용자가 극히 적은 반면 상대적으로 비용은 많이 드는 인터넷뱅킹은 은행권에서 축소되는 추세다.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1년 유지보수비만 최소 수억 원으로 추산된다. 아직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하는 은행들도 대부분 자원은 모바일뱅킹에 투입하고 있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상반기 기준 스마트폰 뱅킹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인터넷뱅킹보다 15배 많다"며 "비대면 채널 중심을 모바일뱅킹으로 삼고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인터넷뱅킹 종말을 주도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동규 한국은행 결제안정팀장은 "모바일뱅킹 확대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터넷전문은행의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 수와 이용 건수는 2019년 대비 각각 2.5배, 2.7배 증가하며 시중은행(1.2배, 1.5배)보다 성장세가 빨랐다. 모바일뱅킹 이용 건수에서 인터넷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16.8%에서 2022년 25.7%로 늘었다.

모바일뱅킹의 편리함을 보여준 대표적 상품이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이다. 기존에도 모임통장이 있었지만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회칙, 정관, 회원 명부, 회의록 등을 제출해야 하고, 사용 내역을 공유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 등 불편함이 많았다. 카카오뱅크는 이런 서류 없이 비대면으로 개설할 수 있고 입출금 내역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어 각광을 받았다. 올 상반기 기준 카카오뱅크 모임통장 고객 수는 920만명으로 10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성공 사례에 모임통장 서비스를 중단했던 하나은행은 새로운 모임통장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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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