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깁스 했으니 차로 데리러 와” “조폭 칼 맞아볼래”...교총, 교권 침해 사례 공개
“내 아이가 학교에서 넘어져 반깁스를 했으니 매일 차로 집까지 데리러 와달라.”
“우리 아이 생각하면 카드 한 장 정도 만들어줄 수 있지 않나.”
교총은 지난달 25~26일 단 이틀 동안 접수된 현장 교권침해 사례가 총 1만1628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학부모의 ‘아동학대 등 악성민원’ 유형이 57.8%(6720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학부모나 학생으로부터 폭언·욕설을 듣는 경우가 19.8%(2천304건), 업무방해·수업방해를 받는 경우 14.9%(1천731건), 폭행 6.2%(733건), 성희롱·성추행 1.2%(140건) 순이었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가 전체의 71.8%(8344건)로 학생에 의한 침해(28.2%·3284건)보다 훨씬 많았다.
각 유형별로 상세한 사례도 공개됐다. 대표적인 ‘아동학대 등 악성민원’으로 교사에게 “등굣길에 매일 집 앞까지 차로 데리러 와달라”고 요구한 학부모가 소개됐다. 초등학생 아이가 교실에서 자기 발에 걸려 넘어져 반깁스를 했는데도 “교사는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데 사고가 났다”며 이 같은 요구를 한 것이다. 교사가 거절하자 교문 앞으로 마중 나오라고 재차 요구하기까지 했다.
체험학습 중 간식 살 돈이 없다는 초등학생들에게 밥을 사줬다가 “아이를 거지 취급했다”며 사과와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한 학부모도 있었다. 유치원의 민원 사례도 공개됐다. 아이가 모기에 물렸다고 교사에게 항의를 하거나, 대변 뒤처리를 ‘특정 브랜드의 건티슈를 정수기 물로 적셔 닦아달라’고 요구하는 식이다.
학부모가 폭언·욕설, 폭행을 하거나 교실에 난입해 업무를 방해하는 사례도 다수였다. “내가 조폭이다. 칼 맞고 싶나”라고 교사를 협박하거나, 교실에 난입해 “나 조폭인데 우리 딸 무시하면 다 죽인다”고 학생들을 위협하는 경우였다.
학부모 상담 시간에 카드 신청서를 내밀며 “선생님이 XX이를 생각한다면 가입해줄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압박하고, 사채업자에 돈을 빌리며 교사의 전화번호를 자기 번호처럼 써 교사가 사채업자 전화에 시달리게 했다.
성희롱·성추행 사례도 140건이나 신고됐다. 생존 수영체험 활동사진을 공유하자 학생 아버지가 “선생님이 수영복 입은 모습이 상상된다”고 댓글을 달거나, 아이의 할아버지가 대뜸 스마트폰으로 여성 나체 사진을 공유했다는 내용이다.
학생이 성폭력을 하는 사례도 문제다. 초등학생이 방과 후 교사 자리에서 자위행위를 하고 체액을 묻히는 사건이 벌어졌지만, 학생이 성 사안으로 처벌 조치를 받거나 학생·교사를 분리하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중학생들이 “선생님을 임신시키고 싶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
학생이 교사에게 직접 폭행, 폭언·욕설을 하는 사례도 1500건에 달했다. 초등학생이 교사에게 “골프채로 대가리를 쳐버리고 싶다”고 화를 내고, 고등학생은 수업 중 자는 걸 방해했다고 “맞짱 뜨자” “씨X” 등 욕설을 했다.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았다가 교사에게 적발되자, 적반하장으로 교사를 밀쳐 내팽개치거나, 초등학생이 교원 목에 칼을 들이댄 사례도 있었다.
정성국 교총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스승이라는 이름으로 참지 않도록, 더 이상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혼자 감내하지 않도록, 더 이상 뜨거운 광장에 모여 외치지 않도록 해달라”며 “수업방해 등 문제행동 시 교실 퇴장, 별도 공간 이동, 반성문 부과 등 실질적 방안을 담은 교육부 고시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권을 보호하는 법·제도 마련 ▲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근절할 대책 마련 ▲ 학교폭력 범위를 축소·재정립하는 법 개정 ▲ 학생인권조례 전면 재검토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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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