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원전' 공식화한 尹정부…'文정부 백지화' 천지원전 살리나
'탈원전 정책 폐기, 원전 산업 생태계 강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앞세운 윤석열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의지를 밝히면서 후속 논의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일 제29차 에너지위원회를 통해 '신규 원전 건설' 추진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에너지위원회에서 "수요 증가에 대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을 갖추기 위해 원전, 수소 등으로 새 공급 여력을 확충할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다수 민간위원으로부터 '신규 원전을 포함한 전력 공급 능력 확충 필요성'에 대한 주문이 있어 이를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전문가 지지를 바탕으로 신규 원전을 추진하는 모양새를 갖추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재개했다. 또 운영 허가 기간이 끝난 원전을 안전성 평가를 거쳐 계속 운영하는 '계속 운전'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신규 원전 계획 필요성을 처음 언급한 것이다.
에너지 업계는 이번 달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2024∼2038년) 수립 착수와 맞물려 신규 원전 추진과 관련한 언급이 나온 데 주목한다. 정부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 확정할 전기본에 신규 원전 계획을 담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과 맞물린다.
전기사업법을 바탕으로 정부는 2년 주기로 향후 15년에 걸쳐 적용될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여기에는 전력 수급 전망, 발전 및 송변전 설비 계획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내년 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들어간다면 신한울 3·4호기 건설 계획이 반영된 2015년 7차 전기본 후 9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담기는 것이다.
11일 업계에서는 새 원전 추진 방향이 정해진다면 주민 수용성 등을 고려해 부지 선정 등 상당 부분 사업 진척이 이뤄졌다가 문재인 정부 시절 백지화된 경북 영덕 천지 1·2호기와 강원 삼척 대진 1·2호기의 재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천지 1·2호기와 대진 1·2호기 건설 예정 부지는 모두 전원개발사업예정구역으로까지 지정돼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일부 토지를 매입했지만, 전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모두 백지화됐다.
업계에서는 당시 천지 원전 쪽의 사업 진척도와 주민 수용성이 높았던 점 등을 근거로 신규 원전이 추진된다면 천지 원전이 우선적으로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2050년 10기가와트(GW) 이상의 전력수요가 예상되는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급속한 전기차 보급 등으로 인해 원전 같은 안정적 전력 공급원이 적정 비중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예상 전력 수요인 10GW만 해도 현재 수도권 전체 전력 수요의 4분의 1에 달한다.
아울러 정부는 11차 전기본을 마련하면서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목표보다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10차 전기본은 2036년까지 원전 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34.6%로 하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새로운 원전 언급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당장 신규 원전을 짓겠다는 표현을 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수요에 따라 공급이 필요하다고 하면 원전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순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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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