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웃으며 유동규에 직접 질문…"많이 힘들죠?" "아니요"

한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을 자처하다 입장을 바꿔 불리한 진술을 쏟아내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 법정에서 이 대표와 직접 대화하는 광경이 연출됐다.

이 대표 측은 자신에게 수차례 대면 보고를 했고 현안을 긴밀히 논의했다는 유 전 본부장의 주장을 받아치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공판에서는 유 전 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주신문 과정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이 이 대표로부터 칭찬을 받고 좋아했다는 등 친분을 암시할 수 있는 증언과 함께 이 대표 측이 김 전 처장 사망 이후 유족에게 기자회견 등을 만류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두 사람의 직접 대화는 지난 공판에서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등 현안을 직접 보고했다는 진술에 대해 변호인 측이 추궁하며 시작됐다.

이 대표 변호인이 유 전 본부장에게 '기획본부장 재직 시절 현안에 대해 시장이던 피고인에게 수시로 직접 보고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기억나는 것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 위례와 대장동 관련해서 했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두루뭉술하다"며 캐묻자 유 전 본부장은 "성남 1공단 공원화 관련해 처음부터 결합 방식을 얘기하지 않았느냐. 저와 이재명 시장이 시장실에서 그림까지 그려가며 논의한 게 기억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자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을 향해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느냐"며 "웬만하면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많이 힘들죠?"라고 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아니요"라고 답했고, 이 대표는 질문을 계속했다.

그는 "얘기를 하면서 그림을 그려가며 저한테 설명을 했다는 말이죠?", "검찰에 진술한 걸 들어보니 1000억원이 있으면 1공단을 만들 수 있다고 남욱(변호사)에게 얘기했다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을 이어갔다.


유 전 본부장이 금액 등 구체적 사실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하자 이 대표는 "녹취록에 1000억원으로 공원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는 2013년 3월이었는데, 이 얘기를 나한테 들었다고 하면서 검찰 조사에서는 정진상(전 민주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들은 얘기라고 했죠"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3년 2월 주민설명회에서 대장동 개발로 3700억원이 남는데 2000억원이면 공원을 만들 수 있다는 등 설명을 하지 않았느냐"며 "한 달 뒤 1000억원 밖에 안 들어간다는 얘기를 제가 증인에게 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 당시 시장실에서 둘이 앉아 제가 말씀을 드렸다"며 "관련 상황에 대해 시장님과 제가 측면에 부대시설을 지어 분양하고 후면을 공원으로 만들지 여부에 대해 그림을 그려가며 한 게 있다"고 다소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 대표는 차분하게 질문을 이어갔다.

그는 "내가 그림을 그린 것은 없어 보이는데, 정확히 어떤 부분이었느냐", "1000억원이면 (공원 조성이) 된다는 이야기를 정진상한테 들었다고 증인이 진술했는데, 기억도 나지 않느냐"면서 웃음을 띄우며 물었다.

재판부는 이날 늦은 오후까지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이 대표 측 반대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에는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 김 전 처장 등과 동행한 호주·뉴질랜드 출장 실무를 맡았던 당시 성남시청 주무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그는 일부 출장 당시 김 전 처장과 한 방을 쓴 것으로 확인됐는데, 당시 골프 등 별도 일정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진술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방송사 인터뷰·국정감사 등에서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방송에 출연해 김 전 처장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성남시장) 재직 때 몰랐고 하위 직원이었다"고 답했는데, 검찰은 이 발언이 당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사실로 보고 있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등 이 대표 역점 공약을 맡았던 인물로, 지난 2021년 12월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진행될 당시 극단적 선택을 한 상태로 발견되며 논란이 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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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