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친명 지도부 물갈이 착수 … 박용진 "李, 개딸과 결별해야"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이 당을 분열시킨다며 이 대표를 향해 "헤어질 결심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계파 갈등 국면에서 당 일각으로부터 요구받은 당 인적 쇄신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지도부와 고위 당직자를 대상으로 '친명' 탈색에 나섰다.
박 의원은 "좌표 찍고, 수박(비이재명계를 이르는 말)을 찢고, 의원들을 조리돌림하며 문자 보내고, 18원을 (후원 계좌로) 보내면서 자신이 무슨 대단히 큰 애국 행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착각하지 말라"며 "민주당의 총단합에 가장 큰 걸림돌이 내부를 공격하고 분열을 선동하는 개딸이고 정치 훌리건"이라고 맹공했다.
또한 "박지현 제치고 이낙연 보내고 박용진, 이원욱, 이상민 같은 수박 다 내보내겠다고 한다면 여러분들은 후련해도 옆에서 지켜보는 국민은 기겁을 한다"며 "그렇게 단일대오가 좋다면 윤심 단일대오 깃발이 나부끼는 국민의힘으로 가시라"고 비꼬았다.
이날 박 의원이 높은 수위의 발언을 쏟아낸 것은 개딸의 공격이 도를 넘었다고 보고 공개적인 비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7일 박 의원이 만난 문재인 전 대통령도 당내 증오와 혐오의 언어가 난무하고, 이런 기류가 지지자들 사이에서 증폭되는 점을 우려한 만큼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 글과 함께 차기 원내대표 자리를 노리는 같은 당 이원욱 의원에 대한 반대 집회를 안내하는 사진을 첨부해 올렸다. '배신정치 이원욱 원내대표 반대집회'를 알리는 사진에서는 이 의원을 '밀정' '엑스맨'으로 칭했다.
박 의원은 "개딸들이 수박을 찢을 때 국민은 민주당을 찢는 개딸에 질린다. 국민을 질리게 하는 정당이 어떻게 집권할 수 있는가"라며 "민주당의 변화와 결심은 개딸과 헤어질 결심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증오와 혐오의 언어가 난무하는 당의 현실은 달라져야 한다"며 "해당행위, 당을 분열시키는 이들에 대해 이 대표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민주적 행위가 민주당을 위한 것이라는 착각을 결코 방조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을 사랑하는 우리 당의 모든 정치인들이 함께 용기를 내자"며 "민주당의 화합을 위한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재차 밝혔다.
이런 가운데 '친명계' 일색이던 민주당 지도부의 인적 쇄신 작업이 본격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명직 최고위원 중 한 명인 임선숙 최고위원은 사퇴할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고, 이 대표도 사의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9월 호남 몫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선임된 임 최고위원은 이날 울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사의 (뜻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임 최고위원의 배우자는 이 대표가 대선과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를 치를 때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정진욱 전 대변인이다. 임 최고위원 후임에는 '비명계'인 광주 지역 재선의 송갑석 의원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대 선후배 사이로 이 대표 최측근 중 한 명인 문진석 의원도 이 대표에게 전략기획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당직 인선이 필요하다면 사의를 표명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대변인들도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안호영 수석대변인을 비롯해 김의겸, 황명선 대변인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인적 쇄신 대상에 차기 총선에서 공천 실무를 담당할 사무총장이 포함될지가 주목된다. 지도부가 사의를 표명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조정식 사무총장에 대해서만큼은 유임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도부가 제대로 된 인적 쇄신을 생각한다면 사무총장부터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앞서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등은 전면적인 인적 쇄신으로 당의 위기를 해결할 것을 이 대표에게 건의한 바 있다"며 "사무총장을 교체하지 않고 간다면 당의 분열 상황을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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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