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5시간여 재판 내내 침묵 "네" 한마디만…지지자엔 '손인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첫 재판에서 침묵을 지켰다. 5시간 넘게 이어진 재판에서 이 대표의 발언은 "네"라는 한마디가 전부였다.
침묵하던 이 대표는 오후 재판 참석에 앞서 "김만배를 몰랐다는 윤석열 후보의 말에 대해서는 조사도 없이 각하됐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다만 재판 출석과 퇴정길에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오른손을 들며 인사를 건넸다.
검찰 소환 조사 때 장문의 입장문을 낭독했던 이 대표가 침묵을 지킨 것은 다분히 '계산된 행보'라는 평가다. 피고인이 재판 직전에 법정 밖에서 발언하는 것은 재판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 대표는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오전 10시40분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차 공판기일에 출석했다. 그는 앞서 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을 때와 달리 입장 발표 없이 법정으로 향했다.
그는 '검찰 공소사실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 '시장 재직 시절 김 전 처장을 알았는지', '백현동 부지 변경을 여전히 국토부가 강요했다는 입장인지' 등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재판 개정 10분 전 법정에 도착한 이 대표는 피고인석에 앉아 방청석을 훑어보고는 변호인과 몇 마디를 주고 받은 뒤 침묵했다. 개정 직후 검찰이 1시간 이상 공소 요지를 낭독하자 책상에 놓인 프레젠테이션(PPT)자료를 살피는가 하면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앞서 오전 9시30분경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여의도 국회를 나서 서초동 법원으로 향한 이 대표는 10시25분경 법원 삼거리에 도착했다.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승합차를 발견하고 환호하자 차량 안에서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기도 했다. 2분여뒤 법원 서관 입구에 도착한 뒤 별다른 말 없이 법정으로 향했다.
이 대표는 1시간50분간 진행된 오전 공판내내 침묵을 유지하다가 "피고인은 할말이 있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뒤 재차 "없냐"는 말을 듣고 "네"라고 답했다.
그는 오전 재판이 끝난 뒤에도 '검찰의 공소사실에 한 말씀 해달라', '김문기와의 다양한 활동이 방송 인터뷰 당시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느냐'는 취재진 질의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시종일관 침묵하던 이 대표는 오후 2시10분경 오후 재판 참석에 앞서 입을 뗐다.
'검찰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선 승리 목적이 있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김만배를 몰랐다는 윤석열 후보의 말에 대해서는 조사도 없이 각하됐다"며 "이 부당함에 대해서는 법원이 밝혀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과거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김만배 전 기자와 개인적 친분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고발됐으나 각하 처분된 사실을 언급하며 검찰 기소의 부당함을 강조한 셈이다.
오후 재판내내 검찰과 변호인 측 공방을 지켜보던 이 대표는 10분여간 주어진 휴식시간에 변호인과 대화를 나누고 자리에 놓인 서류를 훑어봤다. 몇 차례 안경을 위로 들어 가까이 들여다보기도 했다.
5시간10분여간 이어진 재판은 오후 5시34분에서야 끝났다. 6분여가 지난 후 법원을 나선 이 대표는 '첫 재판을 마친 소감을 말씀해달라'는 등의 질문에 대답없이 준비된 차량으로 향했다.
다만 그는 탑승 직전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지지자들을 향해 몸을 살짝 틀어 오른손을 들며 답했다.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진 재판정과 달리 법정 밖은 수십명의 보수·진보 단체 회원과 유튜버들로 종일 소란스러웠다.
이날 오전부터 법원 입구에 모여든 지지자들은 이 대표가 차량에서 하차하자 '이재명'을 연호하고 '김건희를 특검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이 대표의 오전 퇴정길과 오후 출석길에도 재차 환호했다.
보수 유튜버들은 'X재명'이라고 응수해 양측 간 언쟁이 오가기도 했다. 일부 유튜버는 법원 현장을 생중계하며 "이재명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연신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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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