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씩 '뚝뚝' 올 것이 오고 있다"…역전세 위험 가장 높은 곳은?
#. 잠실포스코더샾 33평 아파트를 2021년 9월 전세로 얻어 신혼 살림을 차린 A씨(가상)는 계약 갱신 기간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당시 8억 9000만원에 계약했는데, 그 사이 전세가격이 6억 1000만원까지 떨어져서다. 불안한 마음에 이사를 가려 해도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고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면서 우려하던 '역(逆)전세'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 11일 아파트 실거래가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갱노노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전국에서 발생한 아파트 전세 가격 역전 사례는 2만7928건으로 나타났다.
역전세는 주택 가격 하락에 따라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떨어지면서 전셋값이 역전된 상황을 가리킨다. 집주인은 신규 세입자를 구해도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부족할 수 있고, 이전 세입자는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전국 지역별로 이 같은 아파트 역전세 발생 사례는 경기도가 1만554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서울은 5346건으로 확인됐다.
이어 △인천 2504 △부산 1498 △대구 1292 △대전 993 △세종 922 △경남 741 △충남 706 △광주 662 △경북 632 △울산 512 △전북 479 △충북 394 △전남 384 △강원 289 △제주 20건 순이다.
서울에서는 잠실 일대 송파구가 466건으로 가장 많았고, '목동 옆' 강서구가 434건으로 뒤를 이었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 '강남 4구'를 자처했던 강동구는 380건, 이른바 '영끌족'이 몰린 노원구 374건, 강남구 327건이었다.
이 밖에 △양천 287 △마포 280 △성북 280 △서초 275 △동작 241 △영등포 236 △은평 203 △성동 190 △구로 186 △서대문 184 △동대문 161 △금천 135 △광진 131 △관악 125 △도봉 116 △용산 108 △중랑 91 △강북 68 △중구 41 △종로 27건이다.
집값 급락이 더욱 가팔라질 땐 전셋값이 아예 매매가격을 넘어서는 '깡통전세'도 속출할 수 있다. 이른바 '빌라왕' 사례처럼 주로 비(非)아파트 주택에서 우려됐던 전셋값과 매맷값 역전이 일부 지역에선 아파트로까지 번질 조짐도 보인다.
전문가들은 집값 거품이 크고 전세 대란이 가장 심각했던 2021년 가을 전후 계약한 전세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올 하반기 역전세 '대란'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부분 단지에서 2021년 전셋값이 고점을 찍었고 시기적으로는 2021년 2~3분기에 집중적으로 몰렸다"면서 "전세보증금은 사실상 집주인에게 '부채'인데 전세 가격이 2년 전에 비해 적게는 10%, 많게는 반토막이 났다 보니 '빚'을 상환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세입자가 강제경매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서원석 중앙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 당시(2021년 전후) 임대차 3법이 나올 때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많이 장려해서 비용 부담은 정부가 크게 질 것"이라면서도 "세입자 입장에선 (보전받기 위해) 집주인이 돈을 돌려주지 않는 일련의 과정을 증명해야 해 속앓이를 안할 수 없다"고 했다.
올해 시장에 전세 물량이 더욱 늘어 전세 시세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왔다. 역전세난을 심화하는 요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역전세의 원인인 △매매 거래가 평년 대비 둔화된 점 △금리 인상으로 월세 선호가 높아져 상대적으로 전세 물량이 남는 점 △전국적으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5만 호 정도 늘었는데 상반기에 더 많았던 점 등을 복합적으로 지적, "전세 가격은 상반기보다 더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서 교수는 "역전세는 부동산 주택시장 경기가 나아져야 완화될 수 있는데 대체로 올해는 좋아질 것 같다는 지표도 평가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역전세 문제는 더 심화되는 악순환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내년 초까지, 주택시장이 이제 저점이라고 판단하기 전까진 완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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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