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입시비리·감찰무마' 징역2년…"공정성 훼손"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년 넘게 이어진 재판 끝에 1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정곤 장용범 부장판사)는 3일 업무방해와 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600만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2019년 12월 31일 기소된 지 3년여 만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조 전 장관을 법정 구속하진 않았다. 무죄 부분이 있는 만큼 검찰과 조 전 장관 모두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녀 입시비리 범행은 대학교수의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동기와 죄질이 불량하고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해 죄책도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탁금지법 위반은 고위 공직자로서 적지 않은 금원을 수수해 스스로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한 점에서 책임이 가볍지 않다"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범행도 민정수석의 책무를 저버리고 정치권 청탁에 따라 감찰을 중단시켜 죄질이 불량하고 죄책이 무겁다"고 질타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조사가 완료돼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사회적 유대관계에 비춰볼 때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정 구속하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은 판결 선고 직후 "8∼9건 정도가 무죄 판단을 받은 점에 재판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다만 유죄 판단이 나온 부분에 항소해 더욱더 성실하게 다투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조 전 장관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로 두 차례 기소됐고, 법원은 두 사건을 병합해 선고했다.
검찰이 적용한 죄목은 뇌물수수, 위조공문서행사,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청탁금지법위반, 공직자윤리법위반, 증거위조교사, 증거은닉교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12건이다.
전 장관은 2013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활동 '예정'증명서를 허위 발급해 아들이 다니던 한영외고의 출석을 허위로 인정받게 한 혐의(업무방해), 2016년 아들이 다니던 미국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을 대신 풀어준 혐의(업무방해)가 유죄로 인정됐다.
또 2017년 허위 작성된 서울대 인턴 증명서와 조지워싱턴대 장학증명서를 아들의 고려대와 연세대 대학원 입시 지원서에 제출한 혐의(업무방해), 2018년 아들의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지원서에 허위 경력을 기재하고 허위 증명서를 낸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도 유죄가 나왔다.
이 밖에 딸의 이른바 '7대 스펙'을 동원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한 딸의 장학금 명목으로 양산부산대병원장이었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에게 600만원(청탁금지법 위반) 역시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2018년 변호사였던 최강욱 의원의 명의로 된 아들의 인턴 확인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 및 행사)는 배우자 정경심 씨에만 유죄가 인정되고 조 전 장관은 무죄로 판단됐다.
딸의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지난해 1월 징역 4년이 확정돼 복역 중인 정씨는 이날 유죄 판결로 징역 1년이 추가됐다.
검찰은 노 원장이 지급한 장학금이 600만원이 뇌물이라고 보고 조 전 장관에게 뇌물수수죄도 적용했지만, 법원은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조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조 전 장관은 또 배우자가 차명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알고도 공직자윤리법상 매각 또는 백지신탁 의무를 위반한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를 받았으나 무죄 판단을 받았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차명주식 보유 사실을 알았다고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조 전 장관이 사모펀드 코링크PE에 투자한 사실을 허위 신고해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나 펀드 운용현황 보고서를 허위 작성하게 한 혐의(증거위조교사), 하드디스크를 숨기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은닉교사)도 무죄가 나왔다.
가장 첨예한 쟁점이었던 청와대의 감찰 무마는 일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감찰을 중단하도록 지시해 특별감찰반 관계자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를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금융위원회에 대한 직권남용은 '유재수를 징계나 감찰 없이 단순 인사 조치하라'는 지시가 실제 존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조 전 장관의 딸에게 장학금을 준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은 청탁금지법 위반이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감찰무마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구속되진 않았다.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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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