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일당 추가기소…"내부 비밀로 7천886억원 이득"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대장동 일당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사진 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12일 김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기획본부장, 정민용 전 공사 전략사업실장,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씨, 천화동인5호 소유주 정영학 씨 등 5명을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4년 8월∼2015년 3월 대장동 개발업과 관련해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내부 비밀을 이용해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민간사업자로 선정되게 한 것으로 봤다.

검찰에 따르면 2014년 8∼9월 성남시와 공사는 대외비로 대장동과 제1공단을 결합해 개발하기로 하고 서판교터널 개설도 결정한 상태였다.

김씨 등 민간업자들은 유 전 본부장을 통해 이런 내용을 은밀히 전달받아 공모 준비에 들어갔고 남씨가 추천한 정민용 전실장을 공사에 입사시켜 공모지침에 자신들의 요구사항 대부분이 반영되도록 했다.

이들은 맞춤형 사업계획서를 미리 준비한 뒤 공모 지침상 신용등급 요건에 맞는 금융사를 접촉해 컨소시엄을 구성, 2015년 3월 민간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

사업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은 출자자 필지 5개에 대한 직접 사용 권한 인정, 용적률 상향 등 각종 편의도 받았다.

검찰은 이를 통해 2019년 3월부터 현재까지 이들 또는 제3자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 명의로 취득한 범죄 수익을 총 7천886억원 상당으로 파악했다.

대장동 택지 분양수익 약 4천54억원을 비롯해 출자자 직접 사용 5개 필지에 대한 아파트 분양수익 약 3천690억원, 화천대유의 자산관리 위탁수수료 약 140억원 등을 합친 금액이다.


검찰이 파악한 민간업자와 공사 간 유착관계 형성 시점은 2010년 6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후다.

당선 이후 민간업자들은 성남시의 대장동 공영개발 방침을 변경하려고 로비를 시도하고 있었고, 이 대표는 당시 새누리당 반대로 주요 공약인 공사 설립 추진이 가로막힌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 측은 민간업자들에게 사업 관련 도움을 주고, 민간업자들과 최윤길 당시 새누리당 소속 성남시의회 의원이 공사 설립을 돕기로 하면서 협력관계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들의 합작으로 2013년 9월께 공사가 설립됐고 민간업자들은 유 전 본부장 등에게 수억원대 금품·향응을 제공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또 공사 설립 전후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을 통해 "대장동과 1공단 결합개발을 추진해 1공단 사업비만 조달해 주면 민간업자들 요구 사항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파악했다.

민간업자들은 2014년 6월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 과정에서 선거 자금을 제공하고 선거운동을 지원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재선 직후 김씨와 의형제를 맺은 당시 성남시장 정책비서관 정진상씨는 이들을 대장동 사업자로 내정하기로 했고, 그 대가로 김씨 등은 유 전 본부장 측에 추후 경제적 이익을 주기로 한 것으로 검찰은 봤다.

검찰은 이들의 대장동 관련 범죄 행위를 포괄일죄(수 개의 행위가 포괄적으로 하나의 범죄를 구성)로 판단했다. 그 전제에서 대장동 수익 배당이 현재까지 이뤄지는 점을 고려해 옛 부패방지법이 아닌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이 이들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한 것은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서다.

이해충돌방지법을 적용하면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 또는 소속 공공기관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가 취득하게 한 경우 부당 이득은 몰수·추징할 수 있다.

반면 1차 수사팀이 적용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는 유죄 입증이 이해충돌방지법보다 까다로운데다, 재산범죄이기 때문에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피해자에게 피해액을 돌려줘야 해 국가가 환수할 수는 없다.

검찰은 김씨 등 대장동 일당의 배임 사건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1차 수사팀은 민간업자들이 최소 651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더 챙기고 그만큼 공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봤으나, 재수사로 배임 액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검찰은 김씨 등의 공소장에 이 대표와 정씨를 공범으로 적시하진 않았다. 검찰은 조만간 이 대표를 직접 조사한 뒤 이 대표와 정씨 등을 일괄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