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여금고에 숨긴 ‘대장동 수표’ 148억 찾았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범죄수익 275억원을 은닉한 혐의로 화천대유 이한성 공동대표와 최우향 이사를 2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이 금융권 대여금고 등에 쪼개서 쌓아뒀던 148억원 상당의 자기앞수표를 찾아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김씨의 재산 은닉 과정에 조력자 역할을 한 이씨와 최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김씨 지시를 받아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화천대유 계좌 등에 입금된 개발수익 총 275억원을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장동 수사에 따른 검찰의 범죄수익 환수 조치에 대비하려 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1년여간 여러 차례 245억원을 천만원권 등 고액권 수표로 인출한 뒤 이를 다시 십만원권, 백만원권 수표 등으로 재발행해 은행 대여금고 등에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2021년 10월 배당금 명목으로 화천대유 계좌에서 김씨 명의 계좌로 송금된 30억원을 대여금 형식으로 넘겨받아 은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두 사람을 구속한 뒤 보강 수사를 벌여 대여금고 등에 숨겨둔 수표 148억원어치를 찾아내 몰수 조치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표를 여러 단위로 묶었다가 나누고, 보관 장소도 옮겨가며 뺏기지 않으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김씨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의 범죄수익 800억원에 대해 동결 조치를 한 바 있다.
이씨는 김씨의 성균관대 후배로 이화영(수감 중) 전 열린우리당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김씨 주선으로 2017년 화천대유에 합류해 감사와 천화동인 1호 사내이사를 거쳐 지난해 9월부터 화천대유 공동대표를 맡았다. 김씨의 20년 지인이자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지낸 최씨는 2021년 10월 대장동 수사 당시 김씨의 첫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오토바이 헬멧을 쓴 채 구치소 앞으로 그를 데리러 나왔던 인물이다. 최씨는 2010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쌍방울 인수 과정과 2014년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의 추가 재산 은닉 여부와 함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관련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자해 시도 후 병원 치료를 받아온 김씨는 같은 달 27일 경기도 한 병원 응급실에 들것에 실려 들어갔다가 2시간 뒤 걸어서 나오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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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