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악화일로…위기 몰린 건설사, 수분양자 계약 해지에 '전전긍긍'
집값 하락과 대출이자 상승 등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최근 수분양자들의 계약 해지 요청이 급증하고 있다. 단기간 집값이 내려앉으면서 주변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아지자 계약 해지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데, 이 같은 분양시장 상황을 나타내는 분양 전망지수 역시 이달 기준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24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분양 전망지수가 47.2로 전월(51.2)보다 4.0포인트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분양 전망지수는 7개월째 하락하면서 이번에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분양 전망지수는 분양을 앞뒀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로, 주택 사업을 하는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 500여 곳을 상대로 매달 조사해 발표한다.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분양 전망이 긍정적, 100 미만이면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연구원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시장 경색과 고금리 기조, 거래 절벽 지속 등 아파트 분양시장 침체가 빨라져 정부의 신속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분양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미분양 물량 전망은 135.8로 올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구원은 "청약 당첨 후 미계약, 수분양자들의 계약 취소 등으로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거래, 금융, 세제 부분에서 신속하고 강력한 추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에는 입주가 시작된 새 아파트에서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수분양자들이 높은 이자를 견디지 못해 분양권을 포기하고 있고, 역전세난에 임차인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 일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계약 해지를 고려하는 분위기다.
실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원 한 도시형생활주택은 지난 9월 말까지 입주를 끝내야 했으나, 10월 기준 140가구 중 20가구만 입주를 완료했다. 입주자예정협의회가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 약 40% 이상이 계약 해지를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년 전 분양한 울산 남구 일원 한 아파트는 분양 당시 청약경쟁률 21대 1을 기록하며 216세대가 완판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이 단지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계약 해지 분위기가 전국구로 확산하고 있는데, 일부 건설사는 일정 시점 계약 해지를 원하면 위약금 없이 계약금 일체를 계약자들에게 돌려주는 제도를 시행해 눈길을 끈다.
롯데건설은 지난 3월 대구 달서구 본동 일대에 분양한 '달서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아파트 부문)'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계약금 안심보장제'를 실시한다.
계약금 안심보장제는 분양 후 계약자들이 일정 시점 계약 해지를 원할 시 위약금 없이 계약금 일체(옵션비용·제세공과금 등 일부 제외)를 계약자들에게 돌려주는 제도다. 건설사는 계약자가 계약 해지를 요청할 경우 기존 분양했던 아파트를 별도의 조건 없이 해지해주고 계약금도 모두 보전해준다.
롯데건설은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대구시 최초로 이를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뿐만 아니라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에서 계약 해지 사례나 해지를 고려하는 수분양자들이 늘고 있다"며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추가 대출받아 잔금을 치러야 하는 부담이 크고, 세입자를 구하는 것 역시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계약 해지를 고려하는 수분양자들이 많아지면서 건설사들 역시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이에 예비 입주자들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추가 혜택을 마련하거나 이탈하는 수분양자가 없도록 마케팅에도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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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