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원희룡 "불법엔 강경 대응"
12일 이른 아침부터 세종시 정부청사 내 국토교통부 기자실이 북적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여는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기자들이 몰려든 것이다. 한쪽에선 국토부가 세종에 내려온 이후 가장 많은 기자가 기자실을 찾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부동산 시장 침체, 화물연대 파업 등 각종 이슈로 국토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치솟은 원 장관의 인기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질의응답 식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는 당초 1시간으로 예정됐지만, 시간을 훌쩍 넘겼다. 자신감 넘치고 막힘 없는 원 장관의 답변에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진 영향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뇌리에 꽂히는 원 장관의 발언은 “금리 앞에 장사 없다.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집값이 하락할 것이다”였다. 내년 집값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원 장관이 내놓은 답변이다. 워낙 확고하게 말해 기자실이 잠시 술렁였다. 더욱이 이날 주택산업연구원이 내년 전국 아파트 가격이 평균 5% 하락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은 터라 내년 부동산 시장 상황의 심각성이 더욱 부각됐다.
이도 잠시. 원 장관은 내년 부동산 정책을 시장 충격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시장 상황별 유연한 대처를 강조했다. 원 장관은 “집값은 수요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결국 유동성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현재 여건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신 추락이나 충돌을 하면 안 되니 낙하산을 펴거나 매트를 까는 등 경제에 지나치거나 불필요한 충격이 오는 걸 잘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의 상황을 거스른 정책으로 투기 세력이 움직일 수 있는 정책은 펼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쉽게 말해 억지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부양 정책을 펼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과거를 보면 하강기 사이클이 8년 전후”라며 “시장 경제와 심리가 같이 움직여 만들어지는 게 주택 가격이기 때문에 쉽게 다시 꺾고 올라가거나 부양시키는 정책을 쓰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신 규제 완화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하락기인 만큼 상승기 때 과하게 적용된 규제를 푸는 적기라는 것이 원 장관의 생각이다.
다만 서울지역 추가 규제지역 해제엔 유보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의 분양 성적이 부진하긴 했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 장관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적극 검토하겠지만 아직 결정하거나 임박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원 장관은 “현재 여건과는 맞지 않는 청약 규제 등이 있다”며 “평형이나 구조 등의 기존 틀을 깨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 장관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상황에 대해서도 "아직 전반적인 금융경색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실물과 금융이 연결되는 약한 고리가 건설 분야일 수 있어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심각 단계에 따라 완화 플랜은 짜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불거진 ‘빌라왕’ 사망과 관련해 원 장관은 “가족이 상속을 받든지 가족이 포기하면 결국 법원에서 상속에 해당하는 법적 주체를 지정하게 돼 있다”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너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속 여부에 대한 결정 이후에도 보증금 피해 상황이 발생하면 지난 9월 출범시킨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된 질문도 쏟아졌다. 이에 원 장관은 시종일관 단호한 어조로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불법·부당 행위를 눈감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원 장관은 운송개시 명령을 거부한 운송사 또는 화물차주에 대한 위법성 여부, 파업 미참여 화물차주를 대상으로 한 협박 및 폭력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책임을 물을 예정임을 밝혔다.
원 장관은 “법안에서의 노조의 정당한 권리행사는 보장하고 공정한 심판 역할을 보겠지만, 법과 원칙을 벗어난 불법을 통해 무정부 상태로 몰고 가는 부분은 관용 없이 원칙대로 한다"며 "(불법과 파업을 저지른 화물연대 노조원이) 복귀를 했더라도 손해배상 및 형사처벌 등에 있어 면책하거나 처분을 취소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대신 화물연대가 복귀한 만큼 대화를 통해 안전운임제 3년 연장 등에 대한 내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이해관계자 및 관련 부처 등과 면밀한 논의를 거쳐 제대로 된 방안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원 장관은 국회 내 상황에 구애받지 않는 협의체에서 개선안을 만들고, 이후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입장이다.
원 장관은 "예산안 등 다른 정치적 사안까지 맞물려 있어서 연말을 본의 아니게 넘길 가능성도 있다"며 "단순 3년 연장하면 후에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그대로 넘어가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원 장관은 올해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규제 완화에 대한 의견도 내놓았다. 원 장관은 "지금은 어떤 공사 현장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국 몇백 군데에서 공사하는 법인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묻는다"며 "규모가 크면 클수록 걸릴 수밖에 없어 안전 부문 CEO(CSO·최고안전책임자)를 따로 세우는 등의 편법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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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