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여전히 싸늘한 청약시장 분위기
정부가 규제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하고 15억원 초과 아파트도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는 등 규제를 완화했지만, 청약시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싸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오르면서 크게 줄어든 주택 구매 수요를 살리기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특별공급 청약을 시작으로 분양에 나선 더샵파크솔레이유(둔촌동 삼익빌라 재건축)는 일반분양 53가구 청약에 831건이 접수되며 청약 경쟁률이 15.7대1을 기록했다. 정부가 12월부터 규제지역 내 LTV를 50%로 단일화하기로 하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선 후 나온 결과다.
더샵파크솔레이유는 9호선 중앙보훈병원역 인근에 있고 단지 주변에 이마트와 공원 등 기반시설도 갖춰져 있어 높은 경쟁률을 기대했던 곳이다. 지난해 평균 164대1을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과 비교하면 성적은 신통치 않았던 셈이다.
특히 정부가 15억 이상 아파트에 대해서도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면서 은행 대출이 가능해진 전용 119㎡(분양가 17억9100만원)는 대출 여건 변화에도 불구하고 1순위 당해 마감에 실패했다. 16일 기타지역 거주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실시하기도 했다.
중도금 대출 한도 완화 혜택을 입은 리버센SK뷰롯데캐슬(중화1구역 재개발)의 성적은 더 저조했다. 전용 40~101㎡짜리 1055가구로 구성된 이 단지는 일부 타입(전용 84~101㎡)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했지만, 정부가 12억원까지 대출 한도를 완화하면서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15일 일반분양 336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된 청약에 총 2794건이 접수되면서 경쟁률은 8.3대1에 그쳤다. 전용 84㎡ 일부 타입은 1순위 마감에 실패해 2순위까지 접수를 받아야 했다.
두 단지 모두 청약 미달은 피했지만, 최근 두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고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 4월 강북구에 분양한 ‘한화 포레나미아’의 경우 일반분양 328가구 모집에 3505건이 접수되면서 경쟁률이 10대1을 넘겼지만, 미계약이 속출하면서 지난 14일 5차 무순위 청약을 실시해야 했다.
서울 외 지역의 경쟁률은 더욱 낮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택지개발사업을 통해 분양한 ‘동탄 파크릭스A52BL’의 경우 지난 14~16일 진행된 청약에서 일반분양 543가구 모집에 969건이 접수되면서 경쟁률이 1.78대1에 불과했다. 같은 시기에 청약을 접수한 ‘동탄파크릭스A51-1BL’, ‘동탄파크릭스A51-2BL’ 단지도 경쟁률이 각각 1.97대1, 1.67대1에 불과했다. 동탄은 이달 10일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는 정책 수혜를 입었지만 시장 반응이 신통치 않았던 것이다.
침체된 매수 심리는 아파트 매매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7일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11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47% 하락했다. 2012년 5월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 낙폭이다.
전문가는 금리 인상의 여파가 워낙 커 정부의 정부의 규제 완화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은행은 작년 5월 0.5%였던 기준금리를 8월부터 8차례에 걸쳐 3.0%로 높였고,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7%를 넘어섰다. 오는 24일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시중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진 상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년 전에 분양했다면 경쟁률이 높게 나왔을 단지들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청약 성적이 저조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지금과 같이 금리가 시장에 영향을 주는 시기에는 누가봐도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단지가 아니라면 실수요 중심으로 청약 수요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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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