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권 줬더니 5G폰 가입자 늘리기만 급급"… 통신3사에 철퇴

정부, 투자 외면한 통신사에 주파수 박탈 '레드카드'


정부가 최근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우면서도 28㎓ 기지국 구축에 미흡했던 이동통신 3사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이 같은 정부의 강력 조치는 이례적이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기간통신사업의 주파수 할당을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평가 기준 점수였던 30점에 못 미친 LG유플러스와 KT에는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SK텔레콤에는 이용기간을 6개월 단축하면서도 사실상 내년 5월까지 기지국 1만5000개를 구축하지 않으면 마찬가지로 주파수를 회수하겠다는 '조건부 할당 취소' 처분을 내렸다. 28㎓ 5G는 3.5㎓보다 이론상 3~4배 빨라 '진짜 5G'로 불려왔다.

정부는 취소 주파수 대역 가운데 1개 대역에 대해서는 신규 사업자를 적극 유치해 경쟁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KT와 LG유플러스 가운데 한 곳은 반납한 주파수를 되찾을 수 없는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시장 선호도가 높은 대역을 신호 제어용 주파수로 공급하고, 투자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전국부터 지역까지 주파수 이용 단위를 사업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식의 '당근책'을 고려하고 있다. 오는 12월 중 신규 사업자 진입 촉진 방안과 1개 잔여 대역에 대한 정책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할당 조건을 이행하지 않는 사업자에는 이행강제금 부과를 비롯해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28㎓ 5G에서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운 경쟁구도를 만들어 고착화된 시장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부의 통신사 군기 잡기'가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통신 3사 체계가 쉽게 붕괴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기간통신사업자가 아닌 새로운 기업이 망 구축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통신 3사는 주파수 할당을 위해 6130억원의 대가를 지불한 바 있다. 위성 기반 네트워크 사업인 스타링크를 운영하는 스페이스X 등 해외 사업자의 진입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정창림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전기통신사업법상 외국 법인은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하지 못하며 49% 제한 아래 지분투자만 할 수 있다"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간접 투자는 100%까지 가능하다"고 전했다. 일단 정부가 '군기 잡기'에 나선 만큼 28㎓ 망 구축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5월 과기정통부가 공개한 통신 3사의 5G 이동통신 주파수 구축 실적 현황에 따르면 초고주파 대역인 28㎓ 망 구축 이행률은 평균 11.2% 수준이었다. 지난해까지 구축해야 할 기지국 수가 회사별로 1만5000개씩 4만5000개였음에도 지난 4월 말까지 실제 구축된 기지국은 5058개에 그쳤다. 이 가운데 4578개는 통신사들이 공동으로 구축한 뒤 중복 계산법으로 인정받은 수치였다.

정부의 군기 잡기는 통신사들의 역대급 실적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규제 산업인 통신 시장에서 통신 3사가 수익성만 추구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성장세를 이어왔다. 5G 상용화 첫해였던 2019년 2조9540억원이었던 3사 합산 영업이익은 2020년 3조3189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4조380억원을 기록했다.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이 4조원을 넘어선 건 2011년(4조3780억원)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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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