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개 파양’ 비판 못 피한 文,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개정 논란

풍산개 곰이·송강, 광주 우치동물원 갈 가능성↑
7일 문재인 측 “대통령실, 풍산개 관리 文 위탁에 부정적인 듯”
이종훈 “정치적 공세…시행령 개정 기다렸어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르던 풍산개들이 대통령기록관에 반환된다는 소식에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령에 대한 개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는 이 사건을 두고 문 전 대통령 측이 시행령 개정을 조금 더 지켜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경북대 동물병원서 지내는 풍산개 '곰이'·'송강'

문 전 대통령이 기르다 정부에 반환한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는 광주 우치동물원(우치공원)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4일 우치공원 관리사무소는 대통령기록관이 곰이와 송강이의 새끼들을 입양한 동물원 등에 부모견 인수 의사를 물었고 우치공원은 수용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9월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곰이와 송강이를 ‘국가 원수 자격’으로 받았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풍산개들은 국가에서 관리돼오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자신이 기르겠다는 의지를 보여 6개월간 평산마을에서 길러졌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정부에 풍산개 3마리(곰이·송강이의 새끼 ‘다운이’ 포함)를 국가에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파양’이라는 비판이 커지자 문 전 대통령 측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행안부는 지난 6월 17일 시행령 개정을 입법 예고했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대통령실의 이의제기로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며 “대통령실에서는 풍산개의 관리를 문 전 대통령에게 위탁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듯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법제처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행안부가 지난 6월 입법 예고한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동물인 대통령기록물 관리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규정했는데 법률상 위탁에 대한 근거가 없어 법체계상 문제가 있다”며 “소관 부처에서는 시행령 개정 방식과 내용에 대해 추가 검토 중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령에 ‘동물’에 대한 관리 조항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서 “대통령기록관에 반려동물을 관리하는 인적·물적 시설과 시스템이 없어 반려동물의 특성을 고려해 관리를 문 전 대통령에게 위탁하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 29일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제6조의3(대통령선물의 관리) 제2항이 마련됐다. 이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의 장은 대통령선물이 동물이나 식물 등이어서 다른 기관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다른 기관의 장에게 이관해 관리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 주체가 반드시 국가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관할 수 있는 다른 기관’에 대한 범위가 담기지 않아 문 전 대통령이 풍산개를 관리할 법적 근거가 불분명해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과 대통령 비서실은 지난 5월 9일 ‘위탁협약서’를 작성했다.

이후 대통령기록관은 지난 6월부터 대통령기록물이 동·식물일 경우 이를 관리하던 전직 대통령에게 관리 비용을 지원하고 맡길 수 있다는 내용의 시행령을 추진했지만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당은 ‘위탁협약서’ 자체를 비판하며 문 전 대통령이 풍산개를 ‘파양’했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위탁관리’를 운운한 메시지는 그야말로 정치적 비겁함의 전형”이라며 “법령이 미비했다면 애초에 강아지를 데려가지 말았어야 했고 데려갔으면 좀스럽게 세금 지원을 요구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지난 9일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또한 논평에서 “풍산개들을 가족처럼 생각했다면 근거 규정 미비와 같은 말은 쉽게 할 수 없다”며 “반려동물이 아닌 단순한 대통령기록물로써 여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질타했다.

전문가는 문 전 대통령이 시행령 개정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며 해당 사건의 원칙적인 처리 과정에서는 비판받을 지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문 전 대통령 측의 설명에서 ‘대통령실이 (풍산개를 키우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는데 이것은 상당히 정치적인 공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대통령기록관이나 법제처에서 상의해서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했는데 굳이 대통령실에서 큰 실익도 없는데 막을 필요가 있느냐. 이것은 문 전 대통령 측의 과도한 해석이었다고 본다”며 “(이번 사건은) 사실은 문 전 대통령 측이 잘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칙적으로는 본인이 (풍산개를) 계속 키우고 싶다고 하면 위탁하고 싶다는 의사 피력을 한 뒤 제도가 마련된 뒤 키우면 되는 것”이라며 “전례 없는 일에도 순서를 지켜야 했는데 데려간 뒤 시행령을 개정하려 하니 비판의 여지가 생겼다”고 전했다.

아울러 “(시행령 개정은) 법령 개정 사항이 아니라 시행령으로 (해결해) 봐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조금은 더 두고 봤어야 한다”며 “문 전 대통령 측이 잘못 판단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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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