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측근’ 정진상 소환 조사… 윗선 향하는 檢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이들 측근 수사로 곤혹 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재판에 넘겨졌고,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는 “검찰의 수사가 조작수사”라며 선을 그었지만 검찰의 수사는 그의 턱밑을 겨누고 있다. 검찰은 정 실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그의 입을 열어 이 대표를 정조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15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우선 정 실장은 2013∼2020년 성남시 정책비서관·경기도 정책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대장동 일당에게서 각종 청탁 명목으로 총 1억4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또 대장동 사업 특혜 제공 대가로 김만배씨와 보통주 지분 중 24.5%에 해당하는 배당(세후 428억원)을 나눠 갖기로 약속한 혐의(부정처사후수뢰),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에서 비공개 내부 자료를 민간업자들에게 흘려 거액의 이익을 챙기게 한 혐의(부패방지법 위반)도 받는다.
검찰의 정 실장 소환조사가 의미를 갖는 것은 그가 대장동 일당과 이 대표를 잇는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다. 정 실장은 1990년대 중반 이 대표가 성남 지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인연을 맺은 뒤 각종 선거와 성남시·경기도·민주당에서 가까이서 보좌한 복심으로 꼽힌다. 특히 이 대표가 민주당 대표가 된 이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으로 직행해 이 대표의 신임을 또다시 인정받은바 있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에게서 받은 뇌물을 정 실장이 이 대표의 선거에 사용했고, 나아가 이 대표가 이런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정 실장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선 데는 대장동 지분을 정 실장이 받기로 했다는 진술을 얻은 게 결정적이었다. 검찰은 최근 김 부원장을 구속기소 하면서, 민간사업자 김만배씨가 본인과 친인척 명의로 보유하던 대장동 지분의 24.5%를 “김용 부원장,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몫”이라고 밝혔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유 전 본부장 진술에만 근거한 의혹이니만큼 물증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압수수색 직후 낸 입장문에서 “그 어떤 부정한 돈도 받은 일이 없다. 또한 부정한 결탁을 도모한 사실도 없다. 428억 원 약정설도, 저수지 운운 발언도 그들의 허구주장일 뿐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검찰 정권의 정적 사냥은 실패할 것이고, 끝내 이재명의 결백함은 드러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도 “검찰의 창작 완성도가 매우 낮은 것 같다. 검찰이 훌륭한 소설가가 되기는 쉽지 않겠다”며 “이런 허무맹랑한 조작 조사를 하려고 대장동 특검을 거부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을 속이고 역사를 속이는 것도 잠시라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며 “이 조작은 결국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측의 정치적 수사라는 주장이 부담스러웠던 검찰은 대장동 수사에서 이 대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 본부장을 통해 김 부원장, 정 실장, 이 대표와의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최근 수사의 최종목표로 이 대표를 겨냥한 것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특히 검찰은 최근 이뤄진 정 실장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이재명을 총 102회 언급하며 두 사람의 관계를 연관지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정 실장을 한두 차례 조사한 뒤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관련자들의 진술 외에 금품이 이 대표 측으로 흘러갔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금품수수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변 인물들의 입에 사활을 거는 것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현재 검찰은 수사에 반부패수사1부와 반부패수사3부 검사들을 투입한 상태다. 파견 검사와 수사관을 포함해 수사 인력만 40명에 달한다. 반부패수사3부는 김 부원장을 구속기소한 뒤 공소유지와 그가 받은 뒷돈 용처를 규명 중이며, 반부패수사1부는 정 실장의 뇌물 및 부패방지법 혐의를 수사 중이다. 두 부서의 수사가 어느 정도 끝나면 이 대표의 소환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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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