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급락에.. 한은·국민연금 "100억 달러 통화 스와프 체결"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이 14년 만에 통화 스와프(맞교환)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위해 필요한 달러를 시장에서 사지 않고, 한은에서 빌려 투자한다는 의미다. 원화가치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원화 매도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23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과 기획재정부 등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공단과 10월 중 통화 스와프 거래를 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말까지 100억 달러(약 14조 원) 한도 내에서 스와프 거래 계약을 맺을 수 있다. 계약별 만기는 6개월 또는 12개월로 설정했다.
스와프를 실시하면 국민연금은 한은에 원화를 주고 해외 투자를 위해 필요한 달러를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이 6개월 만기로 1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하면 외환당국은 국민연금에 1억달러를 지급하고, 국민연금은 거래일의 매매기준 환율을 적용한 원화금액을 외환당국에 지급한다.
만기일에는 다시 국민연금이 외환당국에 1억달러를 되돌려주고, 외환당국은 거래일의 스와프 포인트(선물환율과 현물환율의 차이, 일종의 이자)를 감안한 환율을 적용한 원화를 국민연금에 지급한다.
국민연금은 해외투자 강화에 따라 매년 약 300억 달러(하루 평균 약 1억 달러)를 해외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에 투자하고 있다. 2018년부터 국민연금은 해외투자를 할 때 달러를 현물 시장에서 직접 매입한 뒤 해외에 투자하는 환오픈 정책(환율 변동 노출)을 유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큰 손’인 국민연금의 달러 수요가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은과 국민연금은 지난 2005년에도 200억 달러 내외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다. 그때 당시 국민연금은 환헤지(환율 변동 위험 회피) 전략을 택했고, 스와프는 국민연금의 헤지 방식 중 하나였다. 또한 당시에는 한은이 조기청산 권한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양측 모두 조기청산 권한이 없다. 과거에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한은이 외화 부족을 이유로 계약을 조기 해지했다.
한은과 국민연금의 통화 스와프는 양측에 '윈-윈' 전략이란 평가다. 국민연금은 안정적으로 달러를 조달할 수 있고, 한은과 기재부는 원화가치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한은은 이번 통화 스와프 체결로 "국민연금의 (달러) 현물환 매입 수요가 완화돼 외환시장의 수급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스란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국민연금은 외환을 안정적으로 조달받을 필요가 있어 이번 스와프를 체결했다”며 "부수적으로 외환시장 수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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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