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 못한 '퍼펙트 스톰' 온다..커지는 '공포'
低성장, 高물가, 무역적자
곳곳이 지뢰밭..내년이 더 두려운 이유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이 동시에 닥치는 ‘복합위기’가 증폭될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2% 선도 간당간당한 상황이고 올해 무역수지 적자는 사상 최대 수준인 300억달러에 달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의 ‘10월 물가 정점론’이 빗나가거나 적어도 10월 이후에도 고물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해외 변수가 워낙 커 상황을 반전시키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한은·IMF·OECD·ADB 내년 전망 낮춰
아시아개발은행(ADB)는 21일 ‘2022년 아시아 경제 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2.3%로 예상했다. 지난 7월 전망 때보다 0.3%포인트 낮췄다. 올해 성장률은 기존 2.6%를 유지했지만 내년 전망치를 비교적 큰 폭으로 깎은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19일 ‘2022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은 2.7%에서 2.8%로 소폭 올린 반면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보다 0.3%포인트 낮은 2.2%로 제시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완화로 소비가 회복되면서 경기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내년엔 한국 경제도 세계 경기 둔화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지난달 한국은행도 내년 경제성장률을 2.4%에서 2.1%로 수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보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은 2.9%(4월)에서 2.1%(7월)로 뚝 떨어졌다.
무역수지 적자도 심상치 않다. 관세청이 이날 발표한 수출입 실적(통관 기준 잠정치)에 따르면 이달 1~20일 무역수지는 41억500만달러 적자였다. 무역수지는 올 4월 이후 지난달까지 적자가 계속됐는데 9월 전망도 밝지 않은 것이다. 이달까지 무역적자가 확정되면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에 6개월 연속 적자가 이어진다.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92억1300만달러로 불어났다. 1996년 기록한 연간 기준 최대 무역적자(206억2400만달러)보다 많은 수준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응답자들은 올해 약 281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응답자의 40%(6명)는 300억~45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예상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도 휘청이고 있다. 이달 1~20일 수출액은 329억58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7% 줄었다. 9월의 월간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면 2020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 기간 미국 수출은 50억12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1% 줄었다. 이달 말까지 마이너스가 이어진다면 2020년 8월 이후 25개월 만에 처음으로 대미 수출이 감소하게 된다.
○흔들리는 물가 정점론
정부의 ‘10월 물가 정점론’도 위협받고 있다. 식품 가격이 잇달아 오르는 데다 다음달엔 전기·가스 요금 인상까지 예고돼 있다. 최근엔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사태로 ‘스틸플레이션(스틸+인플레이션)’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국내산 열연강판 유통가격은 t당 109만원으로 전주(99만원)보다 10만원 올랐다. 같은 기간 후판 가격은 95만원에서 109만원으로, 스테인리스 열연은 400만원에서 420만원으로, 스테인리스 냉연은 410만 원에서 430만원으로 치솟았다.
농심을 비롯한 식품업체들은 김치, 라면, 스낵류 등 가공식품의 가격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다음달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도 오를 전망이다.
원화 가치 약세도 상당 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무역수지가 개선되면 원화 가치가 올라가지만 무역수지가 악화하면 원화 가치가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8월 무역수지가 15억8000만달러 흑자에서 올해 8월 94억9000만달러 적자로 바뀌는 사이 원·달러 환율(월평균)은 1161원10전에서 1320원40전으로 급등(원화 가치 약세)했다는 것이다. 전경련의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대상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올해 원·달러 환율 최고점이 1422원70전(평균)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수출입 동향 점검회의를 열어 “무역수지 변동성이 축소될 수 있도록 에너지 절약, 이용 효율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은 22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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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