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보다 4억 낮은데도 '글쎄'..찬바람 부는 아파트 경매시장
"경매시장서 관망세 짙어진 영향"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 유지될 듯"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센트레빌(전용면적 114㎡)에 대한 경매가 진행됐다. 감정가는 21억원으로, 현재 호가보다 최대 4억원 이상 낮았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부동산시장 한파가 경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에서 경매에 나온 아파트 절반 이상이 주인을 찾지 못하는 데다 감정가가 호가보다 수억원 낮음에도 유찰되는 사례가 줄 잇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진 가운데 옥석가리기가 심화된 영향으로 분석했다.
14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3일 서울 중앙지방법원과 북부지방법원 등에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치 9층 △서울 관악구 봉천동 샘모리츠타운 11층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파크스퀘어보라매현대 18층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센트레빌 4층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풍 1층 △서울 도봉구 방학동 벽산 3층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샹그레빌 9층 등 아파트 7곳의 경매가 진행됐다.
이중 서초동 삼풍(전용 79㎡), 방학동 벽산(전용 60㎡), 하월곡동 샹그레빌(전용 80㎡) 등 3곳이 단독 응찰한 사람에게 낙찰됐다. 감정가의 100%로 새주인을 찾은 삼풍을 제외한 나머지 2채는 최저 입찰가인 감정가 80% 수준으로 낙찰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삼풍의 경우 재건축 이슈 등이 있어 응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재 경매시장은 한 차례 유찰된 이후를 기다리는 분위기인데 실거주가 아닌 투자로 경매에 도전하는 경우 관망세를 더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매시장 위축과 금리인상으로 인한 이자부담 탓에 낙찰가율은 하락하는 추세”라며 “대출 부담이 적은 감정가 3억원 미만 아파트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아파트 낙찰가율은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부동산시장 전반에 낀 거품이 여전하다는 인식 탓에 경매시장에도 관망세가 짙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강남구 소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큰 폭으로 올랐던 부동산 가격이 현재 조정을 받고 있는데 (경매) 감정가가 호가보다 낮아도 여전히 거품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시장 매수심리 위축이 경매시장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단적으로 현재 호가가 23억~25억원 수준인 흑석한강센트레빌 전용 114㎡의 경우 감정가 21억원·최저 입찰가 16억8000만원이었다”며 “이번 경매에서 최저 입찰가로 낙찰됐을 경우 수치상으로 최대 8억2000만원의 차익 실현이 가능함에도 응찰을 포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시장에서 매수세는 위축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0.9로, 전주(81.8) 대비 0.9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 2019년 7월 1일(80.3) 이후 약 3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0~200 사이의 점수로 나타낸다. 기준치인 100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집을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매매시장의 매수세 실종이 경매시장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라며 “감정가가 시장 상승기였던 지난해 책정돼 현재 시세보다 높은 경우가 많은데 최소 연말까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당장 경매시장의 매수세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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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