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두렵다" 물가폭탄에 미국산 냉동갈비 쟁여두는 주부들
이른 추석에 물가는 폭등..차례상 걱정에 '한숨'
냉동 식재료 사재기·선물세트 사전예약도 폭주
#. 서울 길동에 사는 40대 주부 A씨는 이번 추석에 가족들과 먹을 갈비로 미국산을 선택했다. 국내산 갈비는 가격이 너무 치솟아 고를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가 명절에 먹을 소고기로 수입산을 고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A씨는 "시장에 가서 명절에 먹을 음식 몇개만 장바구니에 담다 보면 20만~30만원이 훌쩍 넘어 조금이라도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고를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근 물가가 폭등한 가운데 예년보다 빠른 추석이 3주도 채 남지 않으면서 주부들의 명절 음식 장만 걱정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달 기록적 폭우로 농축산물 가격이 더욱 오르면서 올 추석 장바구니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서민들은 장바구니 부담을 덜기 위해 수입산 고기 등 조금이라도 저렴한 '대체용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 명절이 다가올수록 가격이 비싸지는 선물세트도 서둘러 미리 구입해 놓는 모양새다.
국산 갈비 대신 '미국산'...㎏당 3만원 '절약'
23일 통계청의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농축수산물이 7.1%로 높은 상승률을 보이면서 명절 음식을 장만해야 하는 주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채소류 가격은 전년보다 25.9% 올랐는데 이는 지난 2020년 9월 이후 1년10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품목별로는 배추가 72.7% 올랐다. 이외에도 상추 63.1%, 시금치 70.6%, 양배추 25.7%, 미나리 52.0%, 깻잎 32.8%, 부추 56.2%, 무 53.0%, 열무 63.5%, 호박 73.0%, 가지 31.1% 등 안오른 채소가 없다.
최근 폭우의 영향으로 향후 장바구니 물가는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A씨가 국내산 대신 수입산 갈비를 고른 것도 고물가 영향 때문이다. 최근 국내산 소갈비 1kg은 7만3130원, 미국산 소갈비는 4만2140원이다. 보통 명절기간 갈비 2kg을 소비한다고 가정하면 미국산을 선택할 경우 6만원 이상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A씨는 "마트에 가면 시금치 한단 가격이 8000원에 육박한다"며 "비슷한 맛이라면 조금이라도 저렴한 상품을 선택해야 생활비를 줄일 수 있다"고 토로했다.
30대 주부 B씨는 명절에 사용할 냉동식품을 지난주 미리 구입했다. 명절이 다가올수록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해서다. 그는 "추석 당일에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더 오르는 것은 기정사실이니 냉동 가능한 식재료부터 미리 구입했다"며 "앞으로 사야 하는 신선식품이 문제"라고 말했다.
물가 더 오를라 "선물세트 준비도 미리"
조금이라도 저렴한 것을 찾는 주부들의 눈길은 선물세트에도 모아진다. 특히 명절이 임박할 수록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해 선물세트 예약구매를 늘리고 있는 추세이다.
롯데마트의 경우 이달 1~15일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판매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가량 증가했다.
기존엔 예약판매가 '분위기 파악용'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비중이 적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사전예약 열기가 뜨겁다고 유통업계는 입을 모은다. 축산 선물세트도 미국산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우 선물세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미국산 소고기 선물세트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4배 가량 증가했다.
이마트 역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말까지 사전예약을 받고 있는데 사전예약 종료일 기준 30일 전부터 16일 전까지의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에 최근 폭우까지 겹쳐 물가 폭등 우려가 증대됐다"며 "선물세트를 꼭 구매해야 하는 고객들은 미리 저렴하게 사두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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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