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재명 장남 부른다..김혜경 법카 폭로자 이어 수사 속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 관련 수사를 이어가는 경찰이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을 알린 공익제보자를 4일 조사 중이다. 핵심 인물들이 최근 차례로 소환되면서 김씨 등 주요 피의자인 이 의원 가족에 대한 소환 조사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10시쯤부터 전 경기도청 비서실 직원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A씨에 대한 경찰의 공식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김씨 측근으로 꼽히는 전 경기도청 총무과 5급(별정직) 배모씨의 지시로 ‘카드 바꿔치기’(개인카드→법인카드)를 했다고 언론 등에 폭로한 인물이다.
지난 3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공익신고자 지위를 인정받아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에게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과 김씨 등의 ‘대리 처방’ 등 관련 의혹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전날(3일) 오전에는 배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배씨에게 임무 수행 과정에서 김씨나 이 의원 등의 지시를 받았는지 등을 캐물었다고 한다.
A씨와 배씨 등 의혹의 주요 인물들이 경찰에 잇따라 소환되면서 김씨 등 ‘윗선’ 소환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찰은 상습도박 혐의 등으로 지난해 12월 고발된 이 의원의 장남 이동호씨에 대해서도 서면질의서를 보내는 방식 등이 아니라 직접 소환할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지난 1월 아들 이씨 계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경찰은 계좌 입출금 내역 등을 분석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소환 시기 등 구체적인 수사 계획에 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선 배씨 등 측근뿐 아니라 이 의원 부부를 보좌했던 이들의 개인카드가 쓰였다는 의혹도 새로 제기됐다. 경찰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지난달 26일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B씨는 지난해 민주당 경선 기간 이 의원 캠프의 운전기사로 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배씨 지인으로 알려진 B씨의 개인카드는 60여 차례 넘게 경기도 법인카드 대리 결제에 이용됐다고 한다. A씨 측은 “숨진 B씨뿐 아니라 과거 김씨 수행비서 등의 카드가 쓰인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카드 바꿔치기에 동원된 이 의원 부부 연관 인물이 배씨와 A씨·B씨 외에도 더 있다는 뜻이다. A씨 측은 “경기도청 총무과 별정직 직원들의 개인카드도 선결제 등에 쓰인 것으로 안다”라고도 주장했다.
의혹과 연관된 주요 피의자들은 몰아치는 경찰 수사에 반발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3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정말 먼지 털 듯 십수년간 계속 터는데 (불법을 저질렀다는) 팩트도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정치개입” “국기 문란” 등 강한 어조로 불만도 드러냈다.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고발된 이 의원의 측근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도 “마구잡이식 망신주기 수사”라고 말했다. 경찰은 “정치적 득실을 따지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한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과 관련해 동시다발적인 수사를 맡은 경찰은 이달 안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연관 수사들이 대부분 공직선거법 공소시효(9월)와 맞물리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은 이 의원 등이 엮인 여러 의혹 수사 가운데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수사를 제일 먼저 매듭지을 전망이다.
경기도청은 지난 3월 배씨를 고발하면서 배씨가 도청에서 일했던 기간(2018년 7월~2021년 9월)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전체 등을 경찰에 넘겼다. 경찰은 지난 4월과 5월 각각 경기도청과 법인카드가 쓰인 식당 등 129곳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법인카드 관련 수사를 이달 중순쯤 마무리하고 나머지 수사는 이달 내로 일차적인 결론이 나올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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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