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묘하다" MB 발언에 값 내린 정유사, 尹정부 '횡재세'에 긴장
정부가 고유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유류세를 대폭 인하했으나 실제 기름값에는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고, 정유사들이 분기에 조(兆) 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횡재세(초과이득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유사들은 2011년의 악몽이 재현될까 긴장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2011년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 이후 정부의 대대적인 조사를 받은 뒤 휘발유 가격을 100일동안 리터당 100원 할인한 바 있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기준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L) 당 2082.1원, 경유 판매 가격은 2124.27원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휘발유는 8.72원, 경유는 7원 하락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가격이 너무 높다는 불만이 나온다. 정부는 작년 11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유류세를 리터당 304원 인하했는데, 전국 대다수 주유소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주유소들은 정유사로부터 비싼 가격이 기름을 구매했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세수 부족을 감수하고 유류세를 낮췄는데 정유사들이 유류세 인하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올해 1분기에 SK이노베이션(096770), 에스오일(S-Oil(010950)),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은 모두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에도 1분기와 비슷한 실적이 예상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유사들이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며 정유사들에 고통 분담 동참을 촉구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 등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정유사들의 원가를 공개하자는 움직임도 나온다.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유사의 유통구조 투명화를 위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정유사 원가 공개법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가 유류세를 조정하면 그 세율을 적용받은 정유사들은 정부가 요구할 때 세율 조정 전후의 석유제품 도매가격을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개정안의 골자다.
정유업계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자신들을 겨냥한 움직임이 거세지자, 이명박 정부 시절 때와 같은 일이 반복될까 우려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시 국제 유가가 떨어지는데 국내 휘발유 가격이 제자리에 머물자 “기름값이 묘하다”고 언급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등 3개 부처는 정유사들을 조사했다. 정부 조사에서 정유사들의 위법 행위는 나오지 않았지만, 정유사들은 100일 동안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00원씩 인하하는 ‘성의’를 보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오피넷을 통해 국내 도매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고, 유류세 인하 기간이라 정부의 감시도 더 받을 수밖에 없다”며 “(횡재세와 같은) 새로운 과세 체계를 만들기에 앞서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면밀한 검토부터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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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