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후폭풍]혼돈 빠진 국민의힘, 지켜보는 민주당도 셈법 복잡

중징계 받은 이준석 거취 따라
거야 상대할 카운터파트 확정
차기 총선 대결 구도 짜여져
사정당국 칼날 野 향해
표적수사 불안감도 높아져

성상납 의혹으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개월 당원권 정지를 받으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셈법 계산이 분주하다. 표면적으론 ‘국민의힘도 공범’이라고 비판하는 수준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우선 이 대표가 물러난다면, 새 여당 당권주자에 따라 8·28 전당대회로 입성할 민주당 지도부와 카운터파트도 정해진다. 2024년 총선을 놓고 겨뤄야 하는 상대팀인 만큼 이준석 체제가 유지될지, 다른 지도부가 들어설 지에 따라 정국 구도가 요동칠 수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회의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준석 중징계에서 시작된 사정당국의 칼날이 민주당으로 향할 수 있는 점도 변수다. 국가정보원을 포함해 서해공무원 피격 사건 등을 발단으로 전 정권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된 만큼,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검찰 표적 수사에 대한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일단 민주당 대변인인 신현영 민주당 의원을 통해 나온 공식 입장은 “중징계를 받은 이 대표는 물론이고, 핵심적 판단을 회피한 국민의힘 또한 국민께 석고대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징계를 단초로 국민의힘 자체에 책임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중징계가 있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공당의 책임과 국민에 대한 도리는 철저히 외면되는 등 이 대표 징계와 별개로 국민의힘 또한 이 사건의 공범”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그동안 연이은 성 비위 문제로 인해 당 안팎에서 여러 공격을 받았던 민주당이 이 대표 사건을 계기로 역공을 편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박원순·오거돈·안희정 사건에도 불구하고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최강욱 민주당 의원 사건, 성 비위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된 박완주 의원 사건까지 성 문제가 연이어 터졌다.


정무적으로 보면 ‘안철수 당권접수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해석도 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식석상에서 ‘안철수 단일화 밀약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우 위원장은 8일 라디오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할 때부터 ‘당은 안철수가 책임지게 해준다’는 밀약이 있었다고 강하게 의심한다”면서 “그 일환으로 눈엣가시였던 이준석 대표를 이런 문제를 빌미삼아 팽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고 했다.

대선 당시 단일화에 기여한 안 대표가 당권을 접수하는 조건을 받은 것 아니냐는 게 우 위원장의 해석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내에서 안 대표와 사사건건 불협화음을 보여왔다. 우 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일화 해주고서도 자기 사람 한 명도 장관도 못 시키고 그랬을 때 그러면 공동정부 참여가 아니라 당 쪽인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안의 본질에 대해서야 제가 판단할 수가 없다. 왜 이 시점이냐 여기에서 정치적 의도를 읽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에선 검찰 수사에 대한 불안감이 감지되기도 한다. 이 대표 성상납 의혹 뿐만 아니라 최근 윤석열 정부가 국가정보원·검찰·경찰·감사원 등 권력기관을 향한 사정 정국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다음 차례는 야권 정치인들을 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국가정보원은 자체 조사 결과를 근거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 등으로, 박지원 전 원장 등을 고발했다. 경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루된 '성남 FC 불법 후원금 모집 의혹',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정치 보복"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고, 당내 정치보복수사대책위원회 등을 통해 대응할 것임을 밝힌 상황이다.

법조계 출신인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현 정부에선 기업 수사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의원에 대한 수사가 집중될 것이라, 변호사 수임료가 (전 정권에 비해) 많지 않을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라면서 "민주당 의원들 상당수가 표적수사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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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