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7000억' 갚아야 하는데..해결 실마리는 '깜깜'
대주단 대출 연장 거절..'조합원당 1억원 상환'
조합 "새 대주단 모집"..시공단은 본격 소송전
둔촌주공 대주단이 사업비 대출연창 불가 방침을 정하면서 조합에 대한 압박강도도 높아지고 있지만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조합은 7000억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이를 갚지 못하면 시공사업단이 대신 갚은 후 조합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조합은 파산에 이르고 사업은 최악의 상황에 치닫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조합 집행부는 시공사업단의 협상 조건을 들어주느니 새로운 대주단을 꾸리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주목된다.
17일 정비업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NH농협은행 등 24개 금융사로 구성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대주단은 사업비 대출 보증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조합에 전달했다. 사업비 규모는 7000억원으로 오는 8월 말 만기다.
대주단 측은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공사가 중단된 상황에서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 조합의 협의가 원활하지 않자 사업 추진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조합은 만기까지 대출액을 상환해야 한다. 약 6000명의 조합원이 함께 이 금액을 부담하면 조합원 1인당 1억원 이상 부담해야 한다. 이 금액을 마련하기 못하면 보증인인 시공사업단이 대위변제해야 한다.
둔촌주공 조합 관계자는 "조합이 차주이긴 하지만 사업비를 갚을 능력이 없고, 이 금액을 당장 조달해야 할 의무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시공사업단이 타워크레인 해체를 연기하기로 하면서 양측이 협의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조합은 여전히 강경한 태세다.
조합과 불화가 이어지며 공정률이 52%에 이를 때까지 사업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한 시공사업단은 조합의 채무까지 추가로 책임지게 됐다. 다만 시공사업단은 구상권을 청구해 사업비를 충당할 예정이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조합이 계약 취소 소송을 취하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 대출 보증을 연장하겠다는 입장을 대주단에 밝혔으나, 조합에서는 이후 아무런 협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시공사업단은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변제후 조합에 구성권을 청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장 '7000억원 상환'이라는 상황에 처했지만,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조합은 새로운 대주단을 모집해 대출을 메우겠다고도 말했다.
조합 관계자는 "대주단 중 한 곳이라도 이견이 있으면 회수해야 한다는 원칙 탓에 지금 상황이 심각한 것처럼 보일 뿐, 24곳 중 연장을 찬성한 금융사 위주로 새로운 대주단을 결성할 것"이라며 "대출액을 상환하지 못해 조합이 파산한다는 식의 추측은 모두 과장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대주단 대부분이 보증 연장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단과의 협상에도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새 대주단을 끌어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합원 일부로 구성한 '조합 정상화위원회(정상위)'는 조합의 파산 가능성을 우려해 현 집행부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정상위는 "8월 만기인 사업비 대출연장이 불가할 경우 조합 자체가 파산할 수 있다"며 "해임 발의서 등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조합원 총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사업단은 사업비 보증 거절에 이어 조합이 앞서 제기한 '공사 무효'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지금껏 조합과 합의를 기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법원의 석명 준비 명령으로 앞으로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앞서 서울시는 △공사변경계약 논쟁 중단 △공사비 재검증 신청 △마감재 고급화 협의 등을 담은 중재안을 양측에 공유했다. 시공단은 이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며, 조합이 '시공 계약 변경 무효' 소송을 먼저 취하할 것을 요구한 상황이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서울시의 중재와 조합의 원만한 해결을 우선으로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법원에서 소명하라는 요청이 왔다"며 "사실상 소송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데 분쟁이 길어짐에 따라 조합원들의 피해가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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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