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아웃도어 브랜드, 한국 고객은 '봉'..쥐꼬리 기부금 여전
코로나19 여파에도 매출, 영업익 성장한 더네이쳐홀딩스·F&F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쌓이는데 기부금은 갈수록 적어
더네이쳐홀딩스와 F&F 등 해외 라이선스 아웃도어 브랜드가 코로나 위기 속에 ‘기대 이상’ 실적을 올렸지만, 한국 사회 공헌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선 이들의 행태가 한국 소비자들을 봉으로 여길 뿐 기업의 사회적 사명에는 관심 없는 일부 명품 업체들의 행태와 닮은 꼴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실적이 크게 좋아지며 해외 아웃도어 업체들의 '미처분이익잉여금'(당기순이익 중 쓰지 않고 남은 돈)은 이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기부금 같은 사회적 사명은 여전히 외면해 '곳간 채우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진단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웃도어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과 ‘NFL’ 등을 전개하는 더네이쳐홀딩스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성장했다. 각각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6%씩 증가한 3703억원, 689억원을 기록한 것이다.
이렇게 실적 개선이 뚜렷하며 더네이쳐홀딩스는 미처분이익잉여금도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미처분이익잉여금은 1214억원으로 2020년 663억원에서 껑충 뛰었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당기순이익 중 상여금이나 투자 목적으로 집행하고 남은 돈을 말하는데, 이런 잉여금이 단기 급증했다는 것은 그만큼 번 돈을 감당하지 못해 쌓아 놓고 있다는 의미다.
더네이쳐홀딩스는 이 같은 실적 개선과 잉여금 증가에도 불구, 기업의 사회적 사명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2020년 7월 코스닥 상장으로 처음 사업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아예 기부금 항목은 만들지도 않았다. 그나마 지난해 처음 내놓은 기부금은 고작 200만원에 그친다.
젊은 층에 인기 높은 '디스커버리'와 'MLB' 등을 전개하는 F&F도 고객 성원으로 매출 규모는 키웠지만, 한국 사회 기부에는 인색하다.
F&F는 지난해 5월1일 패션사업 부문을 떼내 F&F를 설립하고, 존속회사는 F&F홀딩스가 됐다. 분할 전인 2020년 F&F홀딩스 의류부문 매출액은 9081억원, 영업이익은 1311억원에 달했다. 분할 후 F&F의 지난해 매출은 1조892억원, 영업이익은 3227억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큰 폭 성장했다.
하지만 F&F도 영업이익 폭증으로 미처분이익잉여금만 2배 가까이 늘었을 뿐 기부를 통한 기업의 사회공헌에는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지난해 미처분이익잉여금이 2322억원으로 2020년 F&F홀딩스 시절 1104억원보다 배 이상 늘었지만 기부금은 오히려 줄였다.
F&F홀딩스 시절인 2020년 기부금은 2억2309만원였지만 지난해 F&F 기부금은 3016만원에 그친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이 무려 1218억원이나 늘었지만 기부금은 이전 대비 1/7로 줄인 것이다.
이 같은 더네이쳐홀딩스와 F&F의 기부금은 국내 패션업계 평균 기부금 비율인 0.15%에도 훨씬 못 미친다. 실제 더네이쳐홀딩스의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은 0.005%에 그치며, F&F 기부금 비율은 0.027% 수준이다.
더네이쳐홀딩스와 F&F의 쥐꼬리 기부금은 한국 시장에서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글로벌 명품 업체들 행태보다 더하다는 지적도 들린다. 그나마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해 4억5800만원을 기부하며 매출 대비 기부금 비율 0.09%, 샤넬코리아는 기부금 7억280만원으로 기부금 비율 0.06%로 더네이쳐홀딩스와 F&F에 비해 훨씬 높다.
이에 반해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를 전개하는 영원아웃도어는 이와 정반대 모습을 보인다.
영원아웃도어는 지난해 매출이 5445억원, 영업이익이 1331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6%, 65% 성장했다. 영원아웃도어는 이 같은 실적에 걸맞게 지난해 기부금을 2배 이상 늘렸다. 2020년 기부금은 15억원이었는데 지난해 35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른 기부금 비율은 매출액 대비 0.64%로 패션업계 평균치를 한결 웃돈다.
일부에선 MZ세대들의 가치소비 확산이 앞으로 친환경을 뛰어넘어 '기부'나 '사회공헌' 같은 분야에도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본다. MZ세대들은 소비를 통해 친환경 등 자신의 소비 취향을 적극 드러내는데 사회적 소명을 다하는 기업들이 MZ세대에게 더 주목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디스커버리처럼 기부에 인색한 브랜드들은 가치소비를 하는 MZ세대들이 부정적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스포츠와 아웃도어 관련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는 젊은 층에게 어떤 식의 경영을 하는지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며 "품질이나 디자인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공헌에도 의미 있게 나서며 브랜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