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열자마자 "소상공인에 최소 600만원" 쐐기
국민의힘과 정부가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업 제한 조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ㆍ자영업자 370만 명에게 1인당 최소 600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차등 지급 방안에 소상공인들이 반발하자 '새 정부 출범 직후 일괄 보상 방침'을 못 박아 민심 수습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33조 원+α’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이달 안에 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당ㆍ정은 이날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첫 당정협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공개한 합의안에 따르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매출액 30억 원 이하 중기업 등 370만 곳에 1인당 최소 600만 원의 ‘손실보전금’이 지급된다. 영업 제한 등 방역조치를 적용받지 않았지만 코로나19로 손해를 입은 여행ㆍ공연 등 ‘사각지대’ 업종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권 원내대표는 “600만 원은 최소 액수로, 업종별로 플러스 알파(α)가 지급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 소상공인 1인당 ‘1,000만 원 손실보상’을 공약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급한 1차 방역지원금(100만 원·지난해 12월)과 2차 방역지원금(300만 원·올해 3월)에 더해 추가로 600만 원을 일괄 지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최근 인수위가 업체별 피해 수준 등을 고려해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겠다며 ‘속도 조절’ 방침을 밝히면서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공약 파기”, “희망 고문”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윤 대통령은 재검토를 지시했고,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당·정이 ‘600만 원+α’ 일괄 지급안을 공개하며 진화에 나선 것이다.
당·정은 손실보전금과 별도로 향후 코로나19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1분기(1~3월)부터 손실보상률을 현행 90%에서 100%로 인상하고, 손실보상 하한액도 5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또 저소득층ㆍ취약계층 등 225만 가구에 지급되는 긴급생활지원금도 현행 최대 75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2차 추경은 ‘33조 원+α’ 규모로 편성될 예정이다. 지난 2월 처리된 1차 추경(17조 원)을 고려하면, 이번 추경으로 윤 대통령의 ‘50조 원 손실보상’ 공약 이행이 가능하다는 게 국민의힘 입장이다. 재원은 적자국채(빚) 발행 없이 조달할 계획이다. 올해 정부가 짜놓은 세입 예산보다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초과 세수와 지난해 예산에서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 기존 예산을 삭감하는 지출 구조조정 등으로 실탄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올해 법인세가 많이 걷힐 것 같다”며 초과 세수가 53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12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2차 추경안을 확정하고 13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6ㆍ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5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안을 반드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도 11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소상공인ㆍ자영업자에 대한 신속한 보상ㆍ지원이 안 되면 이들이 복지 수급 대상자로 전락할 위험이 굉장히 높다”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민주당 또한 신속한 추경안 처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선 당시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 또한 50조 원 규모의 손실보상을 약속한 데다, 추경안 심사를 지연시킬 경우 지방선거 및 재ㆍ보궐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재원 조달 방식은 뇌관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53조 원 초과 세수’와 관련, “예산당국의 의도를 철저히 따지겠다”며 각을 세웠다. 기획재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을 억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세입을 과소 추계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기재부가 마련할 지출 구조조정 리스트에 한국판 뉴딜 사업 등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이 포함된다면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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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