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인사청문회 17시간30분 만에 종료.. '결정적 한 방' 없이 끝나
민주당 위원들 청문회 준비 부족.. 실수하는 모습 보여
4명 증인 소신 발언 이어져.. 김경율 회계사 '작심 발언' 쏟아내
경과보고서 채택 못하고 정회.. 향후 일정 협의키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자정을 넘겨 진행됐지만 '결정적 한 방' 없이 종료됐다. 9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청문회는 시작 17시간 30분만인 10일 새벽 3시31분 마무리됐다.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회차를 바꿔가며 본질의와 보충질의, 재보충질의, 재재보충질의까지 이어졌지만 결국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에 합의하지 못한 채 정회됐다. 향후 일정은 여야 간사가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청문위원들은 한 후보자의 ▲자녀 논문, 수상 경력 등 스펙쌓기 ▲아파트 증여, 탈세 등 부동산 관련 의혹 ▲김건희 여사와의 수백 통 전화통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과정 ▲채널A 사건 등과 관련 재보충질의까지 하며 집중 공세를 펼쳤지만 특별히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거나 기존 의혹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결정적 한 방'은 없었던 청문회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한 후보자의 모두 발언 직후부터 시작된 '자료 제출'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으로 공전됐다.
10명이 넘는 여야 위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해 100분 가까이 지나도록 후보자에 대한 질의 답변을 시작하지 못한 채 오전 11시38분 정회됐다.
민주당 소속 위원들은 한 후보자가 요청 자료를 하나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상태에선 청문회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한 후보자를 압박한 반면,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인사청문회법상 자료 제출 요청은 후보자에게 하는 게 아니라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에 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민주당 소속 위원들이 의사진행 발언 도중 본질의에서 할 질의를 하는 것을 제지하지 않는 박광온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민주당 김종민 위원과 송기헌 위원 등은 한 후보자의 모두 발언과 야당 위원들의 발언 도중 '검수완박' 표현을 사용한 것을 문제 삼으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다시 속개된 오전 청문회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민주당 최강욱 위원의 청문위원 자격을 문제 삼기도 했다. 최 위원이 한 후보자가 수사 대상이 됐던 '채널A 사건'과 관련된 페이스북 글과 발언 때문에 재판을 받고 있어 한 후보자를 상대로 한 공정한 질문을 기대할 수 없다는 등 이유였다. 국민의힘 위원들은 최 의원이 스스로 청문위원에서 회피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제척 여부에 대해 위원회에서 의결을 진행할 것을 박 위원장에게 요청했다.
한 후보자 '검수완박' 법안의 내용·절차상 문제에 대한 소신 밝혀… 최강욱·김남국 의원 '실수' 헤프닝도
9일 오후 2시부터 속개된 오후 청문회에서는 본격적인 질의와 보충질의가 이어졌다.
질의 문답 과정에서 한 후보자는 '검찰의 정치화'를 묻는 질문에 "지난 3년간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검찰이 정치화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서는 "부패한 정치인과 공직자의 처벌을 어렵게 만드는 법이고, 내용상으로나 절차상 문제가 많다"고 답하는 등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다만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 등 계획을 묻는 민주당 위원들의 질문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갖지 않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민주당 위원들은 한 후보자의 자녀 논문과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한 질의를 이어갔지만, 한 후보자는 앞서 제출한 서면답변서 내용을 바탕으로 조목조목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시간을 뺏긴 탓인지, 애초 4일 열릴 예정이었던 한 후보자의 청문회가 한 차례 연기돼 닷새가 지나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민주당 위원들은 청문회 준비에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최강욱 위원은 한 후보자의 딸이 한 복지시설에 노트북을 기부했다는 내용과 관련 청문회장 화면에 띄운 프레젠테이션(PPT) 자료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기증자명 '한**'을 한 후보자의 딸이라는 취지로 발언했지만, 한 후보자가 "말씀하신 한땡땡(한**)은 '한국3M' 같다"며 "제 딸 이름이 영리법인일 수는 없다. 영수증이 한국3M으로 돼 있기 때문에 확인해보셨으면 좋겠다"고 발언해 망신을 당했다.
같은 당 김남국 위원은 한 후보자 딸의 논문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논문을 이모하고 같이 1 저자로 썼다"며 한 후보자의 딸이 이모와 함께 논문을 썼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하지만 한 후보자가 자신은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고 다시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고, 김 의원이 언급한 이모는 한 후보자 처가 쪽 조카가 쓴 논문의 교신저자인 조카의 외숙모 '이 모 교수'를 오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김 위원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신분이 된 민형배 위원은 자신의 탈당을 '위장 탈당'이라고 지적하는 조수진 국민의힘 위원의 발언에 대해 3분의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 격하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민 위원은 "제가 뭘 위장탈당을 했습니까. 뭘 위장했습니까. 털당 안 해놓고 탈당했다고 했습니까"라고 재차 물으며 "저는 지금 민주당 소속이 아니예요. 탈당 했잖아요. 그런데 위장탈당이라고 해요? 여기가 무슨 언론사 데스크인 줄 아십니까?"라고 기자 출신인 조 의원을 향해 격앙된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이어 그는 "언론사 데스크 함부로 쓰죠. 위원장님 앞으로 이런 표현을 쓰면, 자체를 허용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진실에 부합하지 않아요"라며 "복당 약속을 누가 했어요. 확인했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10시를 지나 4명의 증인에 대한 신문이 진행됐다.
이날 증인으로는 현직 검사 신분인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와 김경율 회계사가 출석했다.
민주당이 증인으로 신청한 한 감찰부장과 임 감찰담당관, 국민의힘이 신청한 박 부장검사와 김 회계사는 예상대로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원하는 방향의 답변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감찰부장은 '채널A 사건'에 대한 감찰 과정에서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심의위원회 대신 전문수사자문단 개최를 강행하는 등 감찰을 방해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검사장급이 되면 총장이 통화가 안 되면 총장의 부인과 직접 통화할 수 있다'는 한 후보자의 발언에 대한 민주당 위원의 질문에 "극히 이례적"이라며 "안면이 있어야 통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답했다.
한 후보자와 김건희 여사와의 통화에서 수사 관련 얘기가 오갔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공무상 비밀누설이 되거나 징계사유가 된다. 실제로 피의자 신문조서의 내용을 애인이나 지인에게 알려줬을 때 그 사유로 징계를 받기도 한다"고 답했다.
임 감찰담당관은 자신이 경험했던 일들을 토대로 윤 대통령이나 검찰 내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민주당 위원들의 질문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후보자의 부당한 인사청탁 문제로 직접 감찰을 요청한 사실도 밝혔다.
그는 '중간에 그만 두실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추호도 없다"고 답했다.
박 부장검사는 '채널A 사건'과 관련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에도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무리하게 기소를 고집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 이유를 묻는 국민의힘 위원의 질문에 그는 "제 생각에는 애초에 목적이나 예단을 갖고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에 원하는 결론이 나오지 않아서 (그렇게 한 것 같다)"고 답했다.
또 당시 법무부와 대검에서 친정권 검사들의 전방위적인 압력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네 그렇다"고 답하며, 당시 자신에게 연락한 검사들의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김 회계사는 대장동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 "명백한 사기 사건"이라며 "언론보도나 기타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대략 사건의 윤곽이 밝혀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문재인 정부 하에서의 권력 외압만 없다면 충분히 사건의 전모를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이재명 지사의 책임을 전적으로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증인신문 말미 김 회계사가 '작심 발언'을 쏟아내며 청문회장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김 회계사는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에 대한 평가를 묻는 국민의힘 조수진 위원의 질문에 "최근 모 의원의 성희롱 발언 의혹을 보면 전형적인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를 알 수 있다"며 "첫 번째 민주당은 사건이 외부로 발설되지 않게 하라며 은폐하고, 두 번째 은폐가 실패하면 조작한다. 그리고 이를 수사, 조사하는 기관을 무력화한다"고 했다.
이어 최강욱 민주당 위원의 최근 성희롱 논란과 관련 "'쌍기역이냐, 쌍디귿이냐' 여러 사건에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 회계사는 "대장동 때에는 처음에 단군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하다가 여러 언론, 시민사회에 의해 은폐한 것이 드러나니 이제부터 조작을 했다"며 "대장동 주범은 윤석열이라고 뜬금없는 이야기들을 지껄였다"고도 했다.
또 그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내 특별감찰관이 없었다. 권력형 범죄, 경제범죄에 대해 어떻게 했나. 수사조직을 무력화했다"며 옵티머스, 라임 등 사건을 언급했다.
이 같은 김 회계사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 위원들은 청문회장에 증인으로 나와 정치 선동을 하고 있다며 거칠게 항의했다.
민주당 김남국 위원은 "저희가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을 불러 질의하는건 증인이 경험하고 전문가로서 발언할 수 있는 걸 청취하기 위해서"라며 "지금 하는 내용들은 전혀 경험한 것도 아니고 전문 판단 영역에 있는 사실도 아니다. 인사청문회와 전혀 무관한 내용을 정치적 선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회계사는 "아니다. 보장할 수 있다"고 즉각 반발했다.
김 회계사와 민주당 위원들 간에 고성이 오가자 박 위원장은 "증인 잠깐 계세요. 증인 하고 싶은 말을 하러 나온 게 아니다"고 김 회계사를 제재했고 "증인 팔짱 푸세요"라고 말 하기도 했다.
9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다 9일 오후 11시59분께 산회한 뒤, 여야 위원들과 한 후보자의 동의 하에 10일 새벽 0시20분께 회차를 바꿔 다시 재개됐다.
자정을 넘겨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면서 여당과 야당 신분이 서로 뒤바뀐 상태에서 인사청문회가 이어졌다.
송기헌 민주당 위원과 유상범 국민의힘 위원은 앞선 증인신문 과정과 관련 현직 판검사의 증인신청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재보충질의가 끝난 10일 오전 2시경 청문회는 다시 정회됐다가 2시35분경 다시 속개돼 6명 위원의 재재보충질의가 이어졌고, 새벽 3시를 훨씬 넘은 시간 한 후보자는 마무리 발언을 할 수 있었다.
재재보충질의 전 유상범 국민의힘 위원은 민주당 간사와의 협의 과정에서 인사청문회를 내일 다시 열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거면 안 하는 대로 청문회를 마무리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위원은 "일단 오늘은 추가 질의를 진행하고 청문보고서 채택의 경우 저희가 요청한 자료가 조금이라도 오면 그걸 보고 결정을 하자고 결정이 됐다"며 "청문회 진행 과정에서 자료 제출이 미흡하다는 (민주당) 위원들의 판단이 있어서 그 판단을 따라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여야간 입장을 달리하는 상황에서 박 위원장은 "한 차례 (질의 문답) 하시고 진행을 종결하겠다"며 "이의 없으시죠"라고 동의를 구했다.
이어 "그 다음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문제는 민주당에서 자료가 오는 것을 보고 나서 채택 여부는 판단하겠다고…"라며 민주당 측에 몇 시까지 추가 자료 제출 시한을 둘 것인지 물었고, 박주민 위원은 "내일 오전 중"이라고 답했다.
박 위원은 "전체 회의 날짜나 이런 건 간사간 다시 협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위원들의 재재보충질의까지 끝난 10일 새벽 3시27분경 마무리 발언에 나선 한 후보자는 "저의 지난 공직 생활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자세를 가다듬는 소중한 자리였다"며 "오늘 위원님들께서 주신 애정 어린 충고와 따뜻한 격려의 말씀 하나하나를 마음속 깊이 새기겠다"고 했다.
그는 "제 나름대로 위원님들의 질의에 충실하게 답변드리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위원님들께서 보시기에 미흡한 점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넓으신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한 후보자는 "제게 법무부 장관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위원님들의 세심한 충고의 말씀을 유념하여 정의와 상식의 법치를 이루는 데 헌신하겠다"며 "다시 한 번 위원님들 한분 한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도 아낌없는 지도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발언을 마쳤다.
한 후보자의 마무리 발언이 끝난 뒤 박 위원장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위원님들의 질의에 답변하시느라 수고 많았다"며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시면 국민들께서 기대하고 바라는 법무부 장관의 책무를 성실하게 수행해 주실 것을 당부드리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것으로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모두 마쳤습니다만 위원님들께서도 아시는 바와 같이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는 인사청문 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20일 안에 인사청문 절차를 마치고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송부하도록 돼 있다"며 "이 기간 안에 송부하지 못하면 대통령은 열흘 이내에 기간을 정해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송부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안은 4월 19일에 국회에 제출돼서 5월 8일이 20일이 되는 날입니다만 아직 경과보고서 채택과 관련한 일정을 합의하지는 못했다"며 "따라서 간사님들과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과 관련한 일정을 협의해서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청문회를 마치며 박 위원장은 "두 분 간사님들 협의 내용과 관련해서 위원장이 오늘이라도 경과보고서 채택과 관련해서 합의가 이뤄질 경우 회의가 열릴 가능성에 대비해서 일단 정회를 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국민의힘 위원들이 이의성 발언을 했지만 박 위원장은 "위원장에게 맡겨달라"고 제지했다.
결국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17시간 30분 만에 마무리됐고, 추가 법사위 전체회의 개최 등 문제는 여야 간사간 협의를 통해 결정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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