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잔치'라던 취임식 예산, 이재명 지지 1위때 文정부가 짜고 巨與국회 승인

당초 행안부는 '취임식 예산 40억원' 案 제출
당시 갤럽 지지율 1위는 이재명.. 尹에 5~6%P 앞서
예산 심사 도중 尹이 역전.. 그후 국회가 감액해 승인
민주당, 직접 예산 통과시키곤 尹 당선되자 "초호화" 비난
논란의 '외국 귀빈 호텔 만찬', 北김여정 방한때도 열어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대해 ‘초호화 혈세잔치’ ‘진시황 즉위식’ 등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하지만 ‘역대 최대’라는 취임식 비용 33억원과 참석 인원 5만명 등을 결정한 것은 작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당초 문 정부는 지금보다 오히려 더 많은 40억원을 취임식에 쓰자고 제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한 예산안(案)을 국회에 보낼 당시엔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윤 당선인을 크게 앞서고 있었다.


▲작년 12월3일 국회 본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022년도 예산안 관련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이날 국회는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비용 33억원이 포함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24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식에 역대 대통령 취임식 중 가장 큰 비용인 33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코로나 민생회복 시국에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초호화 혈세잔치’”라고 했다. 취임식 예산을 거의 쓰지 않았던 문 대통령과 비교도 했다. 사흘 뒤 당 지도부도 가세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진시황 즉위식도 아닐 텐데 윤석열 당선인의 초호화판 취임식에 국민 한숨이 깊어 간다”고 했다. 전용기 의원도 “윤 당선인은 코로나 민생회복 시국에 취임식을 ‘왕 즉위식’으로 만들 셈인가”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취임식 비용이 포함된 2022년도 예산안 초안은 2021년 9월3일 정부가 제안했다. 당시 행안부는 취임식에 대해 ‘기획, 연출, 물품임차 등’의 명목으로 40억4500만원의 예산안을 올린 것으로 행안위 예산안 검토보고서에는 나온다. ‘5만명 초청’도 행안부 계획이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상황이었지만, 행안부는 대면(對面) 행사를 가정하고, 행사운영과 경축공연, 무대설치, 5만여명의 초청인원을 예상해 예산안 산출내역서에 반영했다.

그러면서 행안부는 국회에 ‘문 대통령 취임식과 비교를 하면 안 되는 이유’와 ‘40억원 예산이 지나치지 않은 이유’까지 설명했다. “19대(문재인) 대통령 취임행사의 경우 궐위에 의한 긴급한 행사로 별도의 예산 없이 약식행사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2022년도 (취임식) 예산안의 경우 18대(박근혜) 대통령 취임행사 예산을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연 3%)을 고려하여 편성된 것”이라고 했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비용은 31억원이었다.

행안부가 예산안을 만들 당시 한국갤럽 대선 여론조사를 보면, 8월5일(이하 2021년)에 지지율 1위는 이재명 후보(25%)였고, 윤석열 후보는 19%로 2위, 이낙연 후보가 11%로 3위였다. 국회 제출 시점인 9월2일 조사에서도 큰 변화가 없었다. 이재명 후보 24%, 윤석열 후보19%, 이낙연 후보 8% 순이었다.

국회는 취임식 비용을 11월15일부터 논의하기 시작, 12월3일 확정했는데 33억원으로 감액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 갤럽 조사(11월18일)에서는 윤 후보 지지율(42%)이 ‘컨벤션 효과’를 누리며 이 후보(31%)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12월3일 기준 국회 의석 수는 더불어민주당이 169석이었고, 그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이 3석을 가지고 있었다. 국민의힘은 103석이었다.


이른바 ‘특급호텔 만찬’도 정치공세에 가깝다는 평가다. 인수위는 취임식에 참석한 전·현직 외국 정상들과 축하 사절단 등을 위해 신라호텔에서 만찬을 여는데, 이를 민주당에서는 “통째로 전세 낸 특급 호텔의 화려한 불빛은 국민 시름을 깊게 만들고”(윤호중 비대위원장) “취임식인가 했더니 결혼식이나 은혼식 또는 결혼기념식인가보다”(김민석 의원) 등이라 비판한다.

하지만 호텔업계에 따르면, 과거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 만찬은 신라호텔, 조선호텔, 롯데호텔 등 특급 호텔에서 직원들이 나와 음식과 연회를 준비했다. 청와대 영빈관을 이용하면 ‘출장비’ 명목이 추가되고, 호텔 연회장을 이용하면 ‘대관비’ 명목이 추가되는 것이다. 이 두 비용은 금액이 비슷하다. 외교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청와대 영빈관 행사는 호텔에서 준비를 해왔다”면서 “같은 행사를 호텔에서 열었다 해도 정부에서 지불하는 금액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가령 이번 취임식 만찬 비용을 5000만원으로 정했다면 청와대에서 하든 호텔에서 하든 가격은 5000만원으로 같다는 것이다.

2018년 2월 북한 김여정 등의 방한 당시 청와대는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 만찬을 서울시내 최고급 호텔인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열었다. 같은해 문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워크숍에 시중 가격이 약 10만원인 특급호텔 도시락이 제공됐다는 논란도 있었다. 당시 청와대는 월간조선 취재에 ‘위생 관리를 위해 특급호텔을 이용하며, 장기 계약 및 호텔 광고 효과 등을 지렛대로 삼아 단가 조절도 가능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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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