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당선인의 한달…민생현장 자주 찾고 '용산 시대' 정면돌파
코로나로 침체한 경제 챙기기 행보…한미동맹 강조하며 외교현안 적극 대응
국민통합 행보도 속도…'거야' 민주 진영과 스킨십에는 물음표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된 지 10일로 꼭 한 달이 됐다.
윤 당선인은 한 달간 '민생 키워드'를 부각하는데 주력한 모습이다. 외교 현안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놓은 것도 눈길을 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비롯한 핵심 현안에서는 추진력을 보여줬고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면모를 부각했다는 게 국민의힘 진영의 평가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놓고 청와대와 충돌하면서 신·구 권력의 정면 대결 양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용산 시대' 개막 문제를 놓고 충분한 여론수렴 없이 '직진'하면서 대국민 소통 강화라는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된 지난달 10일 오전 서초동 자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한 뒤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당선인 일정을 시작했다.
지난달 14일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서울 남대문시장 상인들과 만났다.
나흘 뒤인 지난달 18일 첫 인수위 전체 회의에서는 "코로나가 다시 가파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분들에 대한 신속한 손실 보상과 더불어 방역·의료 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다뤄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에는 경제6단체장과 '도시락 오찬'을 하며 "기업이 더 자유롭게 판단하고 자유롭게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게 제도적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친기업 행보에 속도를 냈다.
부동산 정책을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을 부각한 것도 '민생 키워드'로 읽힌다.
지난달 25일 인수위의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현장에 '깜짝' 등장,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지적하며 규제 완화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국제유가 급등에 수요 회복 가속까지 겹치면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4%대로 치솟자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당선인 시절 '조용한 행보'를 이어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현장을 적극적으로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당선되자마자 인수위 기간 없이 곧바로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다.
민생과 더불어 국민통합 행보도 부각했다.
지난 3일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 가운데 4·3 추념식에서 희생자의 넋을 기린 것은 윤 당선인이 처음이다.
여야와 진보·보수 진영을 가리지 않는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지난 6일 전국 시도지사협의회와 간담회를 하고 지방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다음 주부터는 대구·경북(TK)을 시작으로 지역 순회에 나선다. 대구 달성군 사저에서 머물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나 적폐수사로 얽힌 '구원'을 해소하며 보수진영 통합 행보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다만, 여소야대 국면으로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스킨십'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앞으로 민주당의 협조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새 정부의 국정 동력 확보 자체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에 당선된 지난달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당선 축하 전화를 받고 20분간 통화하며 한미동맹 강화 메시지를 발신했다.
윤 당선인은 이달 초 국민의힘 박진 의원을 단장으로 한 한미 정책협의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해 차기 정부와 바이든 미 행정부의 한미동맹·한반도 문제·동아시아 정책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도록 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는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ICBM 1발을 동해상으로 고각 발사해 자발적으로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한 모라토리엄(유예) 선언을 4년 만에 깨뜨렸다.
이에 윤 당선인은 페이스북에 "북한에 엄중하게 경고한다.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적었다.
윤 당선인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에서도 "북한의 심각한 도발로 인해 한반도 및 역내 긴장이 급격히 고조돼 국민적 우려가 크다"고 한중 긴밀한 협력을 당부했다.
지난 7일에는 주한미군 평택기지(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높이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 및 대응 태세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와의 종전 이후 가급적 이른 시일에 만나길 바란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정권교체기 신·구 권력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는 청와대 회동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지난달 16일 오찬 회동할 예정이었지만 당일 아침에 무산됐다.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6월 지방선거를 관리하는 선관위, 핵심 사정기관인 감사원의 핵심 인선이 뇌관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도 충돌 지점이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20일 대통령 집무실을 기존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기존 청와대 건물과 부지는 임기 시작일인 5월 10일 전면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계획에 청와대가 제동을 걸면서 신·구권력은 또다시 부딪혔다.
결국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의 회동은 대선이 치러진 지 19일 만인 지난달 28일에야 이뤄졌다.
정부가 지난 6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360억원 지출을 의결하면서 신·구 권력의 대립은 한고비를 넘긴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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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