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참모진엔 '주의령' 내리고 尹엔 손 내민 배경은

'신구권력 갈등' 국민의 도리 아니라는 판단 작용한 듯
靑 '내부단속'으로 尹측에 성의 표시..만남 급물살 여부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빠른 시일 내에 대화를 갖자"고 제안한 것은 회동 연기 이후 당선인 측과의 충돌 양상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윤석열 당선인과 빠른 시일 내에 격의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갖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무슨 조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청와대의 문은 늘 열려있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당초 지난 16일 예정됐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은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일 취소·연기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사면 문제와 인사권 문제로 양측이 충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후에도 민정수석실 폐지, 집무실 이전 등 문제로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의 신경전이 신구권력 갈등으로 비화되자 문 대통령이 직접 회동과 관련된 언급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허심탄회한 자리를 만드는 게 국민의 도리'라고 강조한 것 역시 하루빨리 회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윤 당선인 측에 에둘러 압박을 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진들에게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개별적인 의사 표현은 하지 말 것"을 주문하며 '내부단속'에 나섰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전날(17일) 청와대 직원들에게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정책,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또는 언론에 개인적인 의견을 올리거나 언급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안팎에선 빠른 회동 제안과 함께 참모진을 향해 '주의령' 내린 것이 윤 당선인을 향한 신뢰와 성의를 표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SNS나 언론을 통해 양측 간 분란이 조성되는 것은 회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실제 그간 문 대통령은 대선 이후 청와대 참모진에 "인수인계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앞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전날 SNS를 통해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을 겨냥해 '집무실 이전' 문제에 비판을 가한 바 있다.

그는 "조금 전에 (대통령 집무실에서 비서동 사이) 이동시간을 확인했다"며 "뛰어가면 30초, 걸어가면 57초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헉헉"이라고 적었다. 이후 또 다른 글에선 "여기(청와대)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나 묻고 싶다"고 비꼬았다.

이에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탁 비서관의 발언을 비판하자, 그는 "외람되지만 임기 54일 남은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신경 끄시고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 주십셔. 충성"이라며 재차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탁 비서관의 이같은 글은 이날 처음 올린 글을 제외하고 현재는 보이지 않는 상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탁 비서관의 SNS 글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를 질책으로 봐도 되나'라는 추가 질문에는 "(문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 그대로 이해하시면 되겠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의 회동 성사를 위해 먼저 손을 내밀면서 실무진 간의 협상이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현재 청와대 측에선 이철희 정무수석이, 윤 당선인 측에선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실무 조율에 임하고 있다.

일각에선 다음 주쯤 회동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회동이 성사되더라도 역대 가장 늦은 대통령과 당선인 간 회동이 될 전망이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당선인은 대선 이후 4일 만에 회동했고,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은 각각 9일 만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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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