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CJ대한통운 기습점거' 경찰로..극으로 치닫는 갈등

시민단체·CJ대한통운, 경찰 고발 진행
"직원 폭행 피해 늘고 업무방해 심각"
노조 측 "대화 응할 때까지 점거 지속"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 건물을 기습 점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 행위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사회적 합의’ 이행을 놓고 노사가 팽팽히 대립하고 있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10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서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기습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은 11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노조 조합원 200여 명을 폭행,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 혐의의 공동정범으로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자유대한호국단은 “이들의 행위는 대한민국 법치를 무시한 행위이며 민주노총이 불법 폭력집단임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벌에 처해달라고 요구했다.

CJ대한통운도 택배노조 조합원들을 주거침입·재물손괴·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고발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전날 임직원 8명이 부상을 입어 응급실에 갔을 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폭행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계속 늘고 있고 업무방해가 심각해 고소·고발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점거 농성 과정에서 벌어진 일은 형법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사해야 할 사안”이라며 고발 내용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노동·사회·시민단체들은 택배노조 연대 움직임에 나서며 맞불을 놓고 있다. 전국민중행동은 이날 CJ대한통운 본사 앞 기자회견에서 “파업 장기화의 가장 큰 이유는 CJ대한통운이 대화에 응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모든 책임은 CJ대한통운과 CJ그룹, 정부 여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재벌 택배사인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하고 있다”며 택배노조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경고했다.

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 조합원 200여명은 전날 오전 11시20분께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건물에 난입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진입을 막으려는 직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일부 직원들이 부상을 입고 회사 기물이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택배노조가 사측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점거를 풀지 않고 있는 데다 CJ대한통운과 중구 CJ그룹 본사 앞에서 집회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양측의 갈등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택배노조는 조합원들을 상대로 1인당 50만원의 ‘투쟁채권’ 구입을 독려하며 파업·투쟁 장기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50일 가까이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6월 사회적 합의에 따라 택배비용이 인상됐으나, CJ대한통운이 인상분 중 3000억원을 회사로 챙기고 노조와의 대화도 거부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반면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가 직접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 구조이기 때문에 회사가 대화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택배비용 인상분 중 절반도 택배기사 수수료로 배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사회적 합의 이행 점검 결과 합의 사항이 양호하게 이행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점거 농성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여전히 대화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사측이 대화에 응할 때까지 농성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제 발로 본사에서 걸어 나오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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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