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명 살리기' 의도 없다면 '박은정 수사' 공수처에 넘겨야"

박은정 성남지청장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 방향을 놓고 갈등을 빚은 박하영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퇴임하자, 법조계에선 수사당국이 대선 국면에서 관련 수사를 더욱 지연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검찰이 '이재명 살리기' 의도가 없다면 '박은정 수사'를 공수처로 즉각 넘겨야한다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박 차장검사의 항의성 사표를 통해 분당경찰서가 보완수사에 나서게 됐지만 이미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린 해당 경찰서가 보완수사를 제대로 할 리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사건 자체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성남FC 후원금' 사건 수사 방향을 놓고 박은정 성남지청장과 갈등을 빚다가 사표를 낸 박하영 차장검사가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퇴임식을 마친 후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 차장검사는 이날 성남지청 청사 회의실에서 명예퇴임했다. 박 전 차장검사가 지난달 25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더 근무할 수 있는 다른 방도를 찾으려고 노력해봤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며 공개 사의를 표명한 지 16일 만이다.

이날 퇴임식은 검찰총장 복직기념패 전수, 재직기념패 및 기념품 전달, 퇴임사, 기념촬영 순으로 진행됐다. 박 전 차장검사와 갈등을 빚은 박 성남지청장도 퇴임식에 참석했다.

박 전 차장검사는 명예퇴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찰에서 충분히 잘 수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성남FC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한 수원지검의 진상조사에 대해선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게 맞다”고 답했다.

박 전 차장검사는 “(박 성남지청장과) 인사 정도 나눴고, 성남지청이 잘 되면 좋겠다는 덕담을 서로 했다”며 “퇴임식에선 감사하다는 말씀 남겼고, 좋은 청 만들어달라는 일상적인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선 “특별한 계획은 없고 가족들과 편하게 지내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후 박 전 차장검사가 차량에 올라 청사를 떠나자 검찰 동료 10여명이 현관 앞에서 박수 치며 환송했다.

박 전 차장검사가 퇴임하게 된 계기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경기도 성남시장으로 성남FC 구단주를 맡은 2015~2017년 두산그룹 등 기업 6곳으로부터 약 160억원의 후원금 및 광고비를 받은 대가로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2018년 6월 바른미래당 고발로 수사가 처음 시작됐으며, 현재 분당경찰서가 보완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 대선후보에 대한 서면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향후 성남FC 의혹 사건 수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인 가운데 검찰이 '이재명 살리기' 의도가 없다면 '박은정 수사'를 공수처에 즉각 넘겨야한다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이현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은 “3년 동안 성남FC 의혹 수사를 제대로 안하고 불송치 의견을 냈던 분당경찰서가 보완수사를 진행하게 됐는데, 제대로 할 리 없다고 본다. 앞으로도 현 상태에 머무르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한 “검찰이 대선에 영향을 줄까봐 수사가 어렵다고 하면 안 된다. 검찰은 직무상 독립되는 게 맞다”며 “박 성남지청장에게 문제 있다면 수원지검도 수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장동 및 성남FC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당국의 늑장수사는 현 정권이 바라는 대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상황이 됐으며, 현 정권에 유리하고 비판 세력을 탄압하고 있다"며 “수사기관의 직무유기, 직권남용에 대해 반드시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무법인 하나의 강신업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에 배당된 박 성남지청장에 대한 수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바로 이첩되는 것이 맞다”며 “검찰이 검토 중이라고 밝히고 수사를 안 하는 것은 박은정 살리기, 더 나아가 성남FC와 관련된 '이재명 살리기'를 위해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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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