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미쳤다, 1800원 눈앞..유류세 계속 낮춰도 급등 왜
휘발윳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 지금 속도면 L당 1800원 돌파는 시간문제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해도 마찬가지다. 국제유가가 워낙 빨리 상승하고 있어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을 보면 2일 전국 주유소에서 보통 휘발유는 L당 평균 1668.46원에 팔렸다. 하루 전보다 0.75원 상승했다. 휘발윳값은 지난달 9일(1621.3원) 이후 한 달 가까이 하루도 쉬지 않고 오르고 있다. 서울지역 휘발유 가격은 1700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2일 기준 평균 1741원으로, 이미 1700원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이날 자동차용 경윳값도 L당 1486.65원으로 한 달 전 1442.09원과 비교해 40원 넘게 올랐다.
휘발유ㆍ경유 등 석유제품의 원료가 되는 원유 가격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위가 낮아지며 원유 수요가 급증했고 러시아ㆍ우크라이나 간 전쟁 위험 고조, 아랍에미리트(UAE) 석유 시설 피습 등 주요 산유국의 지정학적 위기까지 겹치며 유가를 더 끌어올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 긴축으로 방향을 튼 것도 국내 유가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원화가 약세일수록 더 비싼 값에 원유를 사 올 수밖에 없어서다.
오피넷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영국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9.1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28~29일 90달러 선 위로 치솟기도 했다. 2014년 10월 이후 7년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1일 88.20달러에 거래되며 90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국제유가는 보통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된다. 지금의 국제유가 상승, 원화가치 하락 속도면 L당 휘발윳값이 1700원, 1800원 위로 치솟는 건 금방이다. 1800원대 휘발윳값을 1600원대 초반으로 끌어내렸던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가 불과 몇 주 뒤면 사라진다는 의미다. 석유류 가격은 국내 소비자물가 등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유가 상승에 따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4%에 육박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앞서 지난달 28일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국제유가 동향에 따라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4월까지 한시로 시행할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정부가 재연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더라도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체감할 만한 변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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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