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셀 코리아' 언제까지..올해만 31조 순매도

▲ 코스피가 3060선까지 하락한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연합뉴스
외국인의 한국 주식 ‘팔자’ 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서 순매도한 주식 규모가 이미 지난해 연간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연초부터 지난 2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에서 총 30조7260억원 어치를 순매도해 지난해 연간 순매도 금액 24조7128억원을 뛰어넘었다.

월별로 봤을때 외국인은 올해 들어 4월(829억원 순매수) 한 달만 제외하고 나머지 7개월 모두 순매도를 나타냈다. 특히 올 8월에는 지난 20일까지 6조490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이는 지난 5월(9조216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순매도 금액이다.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도세는 지수 전체를 끌어 내리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달 코스피 수익률은 -4.43%로 G20 각국 대표 주가지수 중 중국(-0.87%), 일본(-0.99%), 브라질(-3.08%)보다 낮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셀코리아’ 배경으로 많이 꼽히는 것은 코로나19 4차 유행 등에 따른 원화 약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개시 우려 등이다. 그러나 이들 요인만으로는 작년 이후 줄기차게 계속되는 외국인의 순매도 공세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테이퍼링 우려 등은 신흥국 전반에 모두 적용되는 재료인데도, 유독 한국 증시가 크게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반도체 업종이 증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 반도체 업종을 집중 매도할 경우 시장 전체를 매도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대만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한국과 나란히 부진을 보였다는 점에서 외국인 움직임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관점도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이달 대만 자취안(가권)지수와 홍콩H지수(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는 각각 5.25%, 5.32% 각각 하락해 코스피보다 낙폭이 더 컸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대만 등의 공통점은 최근 외국인 순매도가 컸는데 그 시점이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맞물렸다는 점”이라며 “세계 지정학적 환경이 나빠졌을 때 반도체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이들 국가 증시가 악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분간은 이같은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미국의 인플레이션 전망 변화 여부, 테이퍼링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공되기 전까지는 거시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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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