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운명의날'…즉시연금 소송 3년 만에 결론난다

약관 모호 패소 가능성 높아…4300억원 보험금 부담
삼성생명 승소 시 경영불확실성 해소·신사업 자금 마련 호재

삼성생명 즉시연금 소송의 1심 선고 공판이 21일 열린다.


앞서 삼성생명과 유사한 즉시연금 약관을 사용한 동양생명과 미래에셋생명, 교보생명이 모두 1심에서 패소한 만큼, 법원이 삼성생명보다는 가입자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이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4300억원에 달하는 보험금 지급 부담과 함께 금융감독원의 보험금 지급 요구를 묵살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삼성생명이 해당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경영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마이데이터와 헬스케어 등 신사업 투자를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법조계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제25민사부)은 21일 오후 2시 즉시연금 가입자 57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지급 소송의 판결을 선고한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목돈을 맡기면 한 달 후부터 연금 형식으로 매달 보험금을 수령하는 상품이다.


원고들은 즉시연금 중에서도 일정 기간 연금을 수령한 후 만기에 도달하면 원금을 환급받는 '상속만기형' 가입자들이다.


일반 연금상품이 10~20년 간 보험료를 납부하고 일정 시점이 되면 연금을 지급 받는 것과 달리 일시에 납부한 후 이를 바로 받을 수 있어 과거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가입이 이뤄졌다.

보험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1심에서 승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미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교보생명 등 삼성생명과 유사한 약관을 사용한 생보사들이 잇달아 패소했기 때문이다.


앞서 법원은 "공시이율 적용이익 중 일부만이 연금 월액으로 지급되고 나머지는 만기보험금으로 적립된다는 점까지 약관에 명시·설명해야 한다"며 소비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삼성생명이 이번 소송에서 패소하면 막대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현재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와 즉시연금 미지급액수는 각각 5만5000명, 4300억원에 달한다. 특히 미지급액인 4300억원은 삼성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1조3705억원)의 30%에 달하는 액수다.


여기에 삼성생명의 경우 패소 시 보험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충당금을 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신뢰 하락에 따른 분쟁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와 소비자단체가 앞으로 유사한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을 제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자살보험금 사태와 요양병원 암입원보험금 미지급 등으로 소비자와의 분쟁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삼성생명을 비롯한 보험사에 대한 민원과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이미 유사한 약관을 사용한 생보사들이 잇달아 패소한 만큼, 삼성생명도 1심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이번 소송을 계기로 보험사와 가입자 간 보험금 분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금 분쟁에 따른 소송 건이 많아질수록 보험사의 비용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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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