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 힘 내홍... ‘윤핵관’은 백의종군, 이준석은 가처분 취하해야

이준석 대표, 가처분 신청 받아들여져도 실익 없어
'윤핵관' 인사들 2선으로 물러나서 모든 권력 내려놔야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루고 지방선거까지 승리한 여당이 집권 석 달 만에 당권 내홍 사태에 빠진 것 자체가 정상이 아니다. 2년도 남지 않은 총선 공천권 등을 둘러싼 당권 다툼에만 정신이 팔려 이 지경까지 왔다. 경제·안보 복합 위기 속에 출범한 새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는커녕 오로지 젯밥에만 눈독을 들인 결과다.

이준석 대표가 잦은 극언과 조롱, 비아냥 등으로 내분을 부추긴 측면이 있지만 윤핵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선 때 남들보다 좀 더 빨리 윤석열 대통령을 도왔다는 이유로 일약 정권 실세가 되고 당의 주류로 우뚝 선 이들은 윤심(尹心)을 앞세워 호가호위의 전형을 보여줬다. 이미 지방선거 공천 때 위세를 발휘한 데 이어 무슨 포럼 등을 만들며 총선 공천에 목을 맨 의원들 줄 세우기에 바빴다.

자신의 대표직 정지·박탈 및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반발해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10일 서울남부지법에 제출했다. 법원 측은 오는 17일 오후 3시를 첫 심문기일로 잡았다. 그때까지 정치적 해법이 모색되지 않으면 집권당 지도부의 운명이 사법부 판단에 맡겨지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다. 기각 결정이든 인용 결정이든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게 될 것이다.

우선, 억울하더라도 이 대표는 정치적·법리적 두 측면에서 모두 가처분을 취하하는 게 바람직하다. 솔로몬의 재판에서 생모가 자신의 아이를 포기하는 식의 선당후사(先黨後私) 자세를 보인다면 여당 당원은 물론 많은 국민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처분 수용 가능성이 높지 않고, 수용되더라도 대표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힘드는 등 정치적 실익이 없을 수도 있다.

권리에 끼칠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한 절차(민사집행법 제300조)인 가처분은 비대위가 이 대표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 의결에 사퇴 입장을 밝힌 배현진·윤영석 전 최고위원이 참여했기 때문에 의결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법원은 ‘사법 소극주의’에 따라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없으면 정당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사표가 수리되지 않으면 최고위원으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유력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기 위한 당 차원의 근거도 최대한 마련해 놨다.

이번 이준석 대표에 대한 윤리위원회 중징계 결정으로 촉발된 당 내홍 사태가 22대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권력 다툼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도부 출신의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비대위 출범과 별개로 윤핵관들이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공천권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앞으로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핵관’의 핵심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달 이 대표 징계 이후 ‘원톱’에 올랐지만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인 채용 문제가 일어났을때 9급 공무원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데 이어 고의인지 실수 인지 모르겠지만 대통령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이 공개되며 원내대표 취임 후 벌써 사과만 세 번을 했을 정도다. 또 다른 윤핵관 장제원 의원과는 내부 분열 양상까지 보였다. 새 정부 조각이나 대통령실 인선 작업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장 의원은 인사 실패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윤핵관’들이 드디어 눈엣가시를 뽑게 됐다며 희희낙락했다간 민심은 더 싸늘하게 등을 돌릴 것이다. 비대위 전환이 윤핵관의 당권 장악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얘기다. 비대위 전환에 맞춰 윤핵관들도 물러나 ‘백의종군’해야 할 것이다. 이들의 반성 없이 무작정 비대위만 구성한다고 해서 이번 내홍이 자연스레 극복되지 않는다.  이들은 22대 총선 공천권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공개 선언도 해야 할 것이다. 이들의 입김하에 친윤 비대위를 구성했다간 “이러려고 대표를 몰아낸것이었나” 하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이우성 뉴스젠 보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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