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자신과의 관계 : 3. 깨어나자


3. 깨어나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특히 모범생일수록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 기준을 철저히 준수하는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과제를 잘해오고 강의를 잘 듣고 교수가 가르치는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답안을 아주 잘 쓴다. 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자격증도 많이 따고 필요한 스펙도 잘 쌓아간다. 그런 학생은 이 사회에서 해야만 한다고 하는, 필요하다고 하는 가치를 수용해서 자기화 시키면서 생활한다. 좋은 점수, 좋은 스펙, 좋은 직장, 바른 행동으로 흠잡을 데 없다.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면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보편적 바람을 그대로 이야기한다. 좋은 직장 가지고 싶다, 여행하고 싶다, 좋은 차를 사고 싶다, 좋은 배필을 만나서 안정되고 행복한 가정을 일구고 싶다. 이러한 학생들의 삶은 철저하게 이 사회에서 부모가 바라는 혹은 선생님들이 가르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기에게 참된 기쁨을 주는 삶이라고 하기 보다는 부모를 기쁘게 하는 삶 그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보편적 기준에 중심을 둔 삶이다.


하지만 아직 철이 들지 않은 것이고 깨어나지 못한 삶이다. 잠자는 삶은 어재의 나와 오늘의 내가 변화가 없다. 사회가 준 기준에 따라 구축한 삶의 틀에서 반복적으로 살아가는 다람쥐가 쳇바퀴 도는 것과 같은 삶이다.

많은 선각자들은 수 없이 “깨어있어라.” 혹은 “깨어나라.” 라고 권한다. 깨어나라는 것은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하는 보편적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에 소리를 듣고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한 참된 자기의 삶을 살아가라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깨어 있어야 한다.


깨어 있다고 함은 현재 자기 삶에 대한 철저한 자각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기준으로 자신을 살아가는지 아니면 남의 기준과 눈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한 자각이다. 우리가 살아가다보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수용하도록 강요한다. 매스컴, 각종 매체 그리고 각종 교육시스템을 통해 사람들은 우리들의 의식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주장이나 가치를 수용하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데 익숙해진다. 또한 자기가 무엇을 결정할 때는 과거 경험에 의지한다. 즉 현재 순간에 충실하기 보다는 과거에 의지해서 현재를 살아간다. 그러한 자기에 대한 이해와 통찰이 곧 깨어 있음이다. 순간순간 자기가 하는 말이나 행동의 참된 주인은 누구이며, 자기의 말과 행동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있는 성찰이 곧 깨어 있음이다.


또한 자기가 얼마나 소중하고 위대하며 자신의 내면에 얼마나 큰 잠재력이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각이 곧 깨어 있음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진짜 자기를 살지 못하는 잠자고 있는 상태이다.

깨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외부로 지향하던 자신의 마음을 내면으로 향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성이 전하는 메시지를 자꾸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함석헌 선생은 자신의 내면이 전하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스스로 자발적 고립의 공간과 시간을 갖기를 권한다.


즉 자신만의 비밀의 장소와 시간을 가지면서 자기의 존재성이 전하는 메시지에 귀 기우려 들어보라고 권한다. “그의 그대는 골방을 가졌는가?”라는 시에서 우리의 눈 코 입 귀 모두 닫고 외부의 세상 소리를 다 끊으면 극진한 내면의 꿀 같은 속삭임 들을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렇게 내면의 소리를 들으면서 무엇이 너와 나를 위해 도움이 되는지 스스로 결정해서 자기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할 때 우리의 가능성은 깨나기 시작한다. 나를 위해 너를 위해 더 의미 있고 큰 삶을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 성장시킬 때 우리 내면에 잠자고 있던 가능성은 자기호흡을 시작한다.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형성된 자신을 묶고 있는 관념의 밧줄을 풀고, 자신의 내면의 기쁨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빛을 발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점차 깨어날 수 있다. 해야만 하는 수동적 삶에서 진정으로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일들을 시작하는 것,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한계를 초월하여 한 차원 높은 새로운 존재방식을 만들어 갈 때 우리는 깨어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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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