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숭은 자가 의진이고, 강족과 선비의 변란이 끊이지 않는 량주 안정군 조나현 출신1)이었다.
황보숭은 도요장군 황보규의 조카이며, 부친 황보절은 당시 북방의 최전방이라고 할 수 있는 병주 안문군의 태수를 지냈다. 후한 시대에는 관리의 임용 시 문무관의 구별이 없었다. 다만 대소 관원 중 장수로서의 재능과 군대 지휘 능력을 지닌 자를 장수로 임용했다. 황보숭의 가문은 대대로 무관직에서 두각을 나타낸 무장가문이었다. 황보숭 역시 소싯적부터 문무에 모두 재능과 뜻이 있었다. 시경과 서경을 공부하면서도 수시로 말을 타고 활쏘기를 익혔다. 영제 초에 효렴으로 추천되어 의랑으로 임용되었으며, 서량의 군사요충지인 북지태수를 역임한 적이 있어 군사문제에 정통했다.

주전은 자가 공위이고, 양주 회계군 상우현 출신이었다.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고아로 자랐으며, 어머니는 비단 장사를 했다. 주전은 효도로 이름이 나 현의 서리가 되었다. 평소에 의를 중시하고 재물을 경시해 지역 주민들의 존경을 받았다.
같은 군 출신인 주규가 조정에 추천되어 가면서 관복과 관모를 마련하기 위해 군의 금고에서 백만 전을 가불해서 사용했으나 집안이 가난해 이를 갚지 못했다. 회계를 담당한 하위직원이 홀로 문책을 당하게 되자 주전이 어머니의 가게에서 비단과 면포를 가져다 팔아 이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이로 인해 어머니는 가게 문을 닫게 되었다. 어머니가 심하게 화를 내자, 주전이 대답했다.
“작은 손실이 큰 이익을 낳는 법이고, 젊어서 가난하면 나중에 부유하게 되는 것이 이치입니다.”
주전의 사람됨이 이와 같았다. 상우현장 산양 사람 도상이 이를 알고 기이하게 여겨 회계태수 위의에게 추천하여 군의 관리가 되었다. 후임 태수 윤단이 주전을 주부2)로 임명했다.
희평 2년(172년) 회계 사람 허소와 허생 부자가 반란을 일으키자 양주 자사는 반적 토벌에 실패한 책임을 회계태수 윤단에게 미루면서 그를 처형해야 한다는 상주문을 조정에 올렸다. 비열한 책임 전가 행위였다.
주전은 즉시 수백 금을 마련한 후 의복을 간편하게 입고 밤을 새워 말을 갈아타며 달려 경성에 도착했다. 주전은 소장을 접수하는 주의 관리를 매수해 주에서 올린 상주문을 회계태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고쳤다. 이는 적발 시 사형에 해당하는 중죄였다. 태수 윤단은 죄를 면해 석방되었지만 어떤 경위로 일이 잘 처리되었는지 몰랐다. 주전이 이 일을 입 밖에 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협객들의 전형적인 행태였다.
주전은 후임 회계태수 서규에 의해 효렴으로 추천되어 서주 동해국 난릉 현령에 임명되었다. 백성을 다스림에 비상한 능력이 있어 동해국의 국상이 조정에 표문을 올려 칭찬할 정도였다.
광화 원년(178년) 교지(交址)3)에서 반란이 일어났으나 자사와 태수들이 이를 제어하지 못했다. 조정에서는 주전을 교주자사로 임명했다. 주전은 오천 명의 병사를 이끌고 두 길로 나누어 교주로 진격했다. 주전은 무장병력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먼저 설득력 있는 관리들을 교주의 여러 군에 파견해 반적의 허실을 살피는 한편 조정의 위엄을 과시하고 선무공작을 했다. 항복한 반적이 수만 명이었다. 십 개월 만에 난을 다 진압되자 주전은 그 공로로 도정후에 봉해졌으며 식읍 천오백 호와 황금 오십 근을 상으로 받았다.
황건적의 난이 일어날 당시 주전은 조정에 들어와 간의대부로 일하고 있었다. 주전은 황보숭과는 달리 집안의 배경 없이 자신의 협행과 능력만으로 출세한 전형적인 자수성가형이었다.

영천에서 황건적과 먼저 교전한 것은 주전이었다. 영천 대방 파재가 이끄는 황건적은 도성 진격의 선봉을 맡은 부대였던 만큼 정예하고 사기가 높았다. 주전이 역전을 거듭했지만 압도적인 수적 우위에 밀려 패전했다. 주전이 직접 후퇴하는 군대의 후방에서 적의 추격을 끊지 않았다면 괴멸을 면치 못했을 상황이었다.
황보숭이 진격해 장사(長社)4)를 방어했다. 황보숭은 병사를 따뜻하게 대해 매번 행군할 때마다 병사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했고, 병사들이 숙영할 영채가 다 건립된 이후에야 휴식을 취하러 막사로 돌아왔으며, 병사들이 모두 밥을 먹은 것을 확인하고야 밥을 먹었다. 행군 속도는 느렸지만, 사졸들의 사기가 높았다. 장수와 병사들은 황보숭을 믿고 따랐다. 황보숭군이 장사에 입성한 것을 안 파재는 대병력을 이끌고 와 성을 포위했다. 황보숭의 군대는 수가 적었으므로 성내의 병사들과 백성들이 모두 두려워 떨었다. 황보숭은 군의 참모와 장수들을 불러 작전을 지시했다.
“병력을 운용하는 일은 상황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지 병력의 적고 많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적들은 나뭇가지와 짚을 모아 영채를 지었는데 바람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 밤에 불을 지른다면 반드시 적이 크게 놀라 어지러워질 것이다. 때를 틈타 군을 이끌고 출격하여 사면에서 동시에 공격한다면, 전단지공(田單之功)5)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황보숭은 전국시대의 명장 전단처럼 화공으로 적을 격파할 계획을 세웠다. 또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상황변화를 노려 역전의 기회를 만들어낸 전단의 사례로 군의 사기를 높이고자 했다.
그날 저녁 바람이 크게 일었다. 황보숭은 정예 병사들을 선발해 몰래 적의 영채에 보내어 불을 지르고 함성을 지르게 했다. 나머지 병사들에게는 성 위에 올라 함께 횃불을 들고 호응했다. 황건적의 진영이 크게 놀라 혼란스러워졌다. 황보숭이 성문을 열고 북을 치며 적진을 급습하자 적들이 어지럽게 도망쳤다.
황보숭의 급습에 패한 파재의 군대가 정신없이 흩어져 도망치는데 갑자기 흙먼지가 뿌옇게 일더니 일지군마가 앞길을 차단했다. 기병대의 맨 선봉에는 찢어진 눈에 각진 얼굴을 한 작고 다부진 체격의 장수가 말 위에 높게 앉아 있었다. 조맹덕 바로 그 사람이었다.

조조의 등장

낙양북부위로 재직하면서 일대 사건을 일으켜 조야의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돈구현령으로 전임된 후 조조는 목민관으로서 능력을 입증해 보일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 조정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환관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가 법대로 일을 처리했고 또 같은 환관집단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응징할 수는 없었지만 앞뒤 안 가리고 설치는 꼴이 곱게 보일 리는 없었다. 모두 조조를 돈구 현령으로 추천해 외직으로 내보냈지만 손봐줄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마침 조조의 먼 친척 누이의 남편인 유강후 송기가 역모에 가담한 혐의로 처형 당하자, 이를 기화로 연좌제를 적용해 조조를 면직시켰다. 잠시 후 조조는 옛 학문에 능통하다는 이유로 의랑(議郎)에 임명되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이 의랑이라는 직책이었다. 궁중과 황실의 여러 관리들을 관리 감독하는 광록훈 산하의 녹봉 육백석의 직책으로서 천자의 물음에 자문하는 것이 임무였다. 천자가 묻지 않으면 할 일이 없는 보직으로 무보직 대기발령에 가까웠다. 아마도 조조의 아버지 조숭이나 집안사람들의 청탁과 압력에 못 이겨 조조에게 다시 관직을 제수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별 볼 일 없는 직책에 임명했다. 황제의 자문관이니 무슨 의견을 내든 안 들으면 그만이고 집행권이 없으니 사고를 치래야 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보았다.
의랑이 된 조조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먼저 영제 즉위 초에 환관들을 숙청하려다 오히려 화를 당한 대장군 두무와 태부 진번이 충직한 사람이었으나 억울하게 무함을 받았음을 주장하면서, 당고의 금에 처해진 청류인사들의 복권을 건의했다. 물론 영제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당시의 분위기로는 매우 대담한 주장이었다. 조조는 누가 뭐래도 사대부들을 대표하거나 청류 명사에 속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황제의 주변에서 권력을 농단하는 환관들과 그 친인척들을 의미하는 귀척에 속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청류 인사들의 복권을 주장한 것은 매우 용기 있는 일이었다.
이때 조정에서 각 주와 현에서 상주하는 것이 효과가 없음을 이유로 백성들의 소문을 수집하여 이를 근거로 관리들을 면직시키자, 금품수수와 뇌물이 횡행하면서 힘 있고 교활한 자들은 마음대로 행동해도 다 빠져나가고 힘없는 자들은 아무리 법을 지켜도 무함을 받는 현상이 나타났다. 조조는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을 기화로 다시 상소를 올려 비공식적으로 소문을 들어 관리를 면직하는 제도를 비판했다. 이 건의는 받아들여져 억울하게 면직된 자들을 의랑으로 복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악폐를 시정하고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건의를 올렸으나 제대로 반영되는 것이 없었다. 조조의 이러한 건의는 그 내용이 다 절실했고 충의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통치가 더욱 문란해지고 간교하고 힘 있는 자들이 점점 더 설치게 되자 조조는 세상을 바로잡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고 더이상 조정에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 조조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마침 황건적이 일어났다. 황보숭과 주전이 영천의 황건적과 싸우고 있을 때, 조정에서는 추가로 모집한 병력을 이끌고 싸움을 도우러 갈 장수가 필요했다. 조조는 비록 젊어서 방탕하게 놀기는 했지만 여러 서적을 널리 읽어서 해박했고, 특히 병서를 깊이 연구해 병법에 정통하다고 소문이 났다. 게다가 왜소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무술을 연마해 스스로를 지킬 정도의 실력도 갖추고 있었다.
젊어서 협객 행세를 할 때 조조는 무슨 이유였는지 당시 최고의 권력가였던 중상시 장양의 방에 기밀서류를 훔치러 몰래 침입한 적이 있었다. 장양은 이를 미리 예상하고 고수들을 매복시켰다가 기습을 가했다. 조조는 창을 춤추듯이 휘두르며 무사들의 공격을 모두 막아내고 담을 넘어 도망쳤다. 장양을 호위하는 무사들은 무술 실력이 당대 최고급들이었다. 조조의 무술실력이 는 그 정도였다.
조정에서는 조조를 기도위(騎都尉)6)에 임명해 추가로 모집된 군사들을 이끌고 황보숭과 주전의 뒤를 받쳐주라고 명했다.
조조의 재능이 널리 알려졌기에 비록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지만 난을 만나게 되자 다시 한번 활용해 본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너 재주가 많다니 과연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자 하는 심산이었을 지도 모른다. 허명이었다면 적의 손을 빌려 조조를 제거할 수 있으니 환관 집단의 입장에서는 믿질 것이 없는 장사였다.

예주 황건적 진압

조조는 도주하는 황건적의 퇴로를 차단하고 추격해 온 황보숭의 군대와 힘을 합쳐 패주하는 적들을 시살했다. 대승이었다. 무려 일만여 명의 황건적의 목을 베었다. 조정에서는 황보숭의 전공을 높이 평가하여 도향후에 봉했다.


황보숭은 승세를 타고 주전의 군대와 합류해 함께 여남군과 진국의 황건적을 토벌하기 위해 진격했다. 먼저 영천군 양적현에서 파재를 추격해 여남군 서화현에 이르러 파재와 팽탈의 무리를 모두 격파했다. 살아남은 적들은 흩어지거나 항복해 영천, 여남, 진국 3개 군이 모두 평정되었다. 이로써 낙양 주변지역인 예주의 황건적을 선봉으로 해서 도성을 공략하려던 황건적의 일차적 목표가 좌절되었다.
황보숭은 이 3개 군의 황건적을 토벌한 상황을 조정에 보고하면서 그 공을 주전에게 돌렸다. 이로 인해 주전은 서향후에 봉해졌다. 조정에서는 주전에게 진적중랑장 직을 수여하고 형주 병력과 함께 남양의 황건적을 토벌하게 했다.


주전의 군대가 도착하기 전에 새로 임명된 남양태수 진힐이 진격해 장만성을 죽였다. 장만성의 잔당은 다시 조홍을 두목으로 세웠는데 아직도 무리가 십여 만에 이르렀다. 이들은 다시 완성을 점거했다. 주전과 형주자사 서구 등이 합세하여 6월부터 8월까지 포위 공격했으나 함락시키지 못했다.
담당관리들이 상소를 올려 주전을 처벌할 것을 주청하자 사공 장온이 상소해 주전을 변호했다.
“옛날 진나라에서 백기를 기용하고 연나라에서 악의를 대장으로 임명했을 때, 두 장수 모두 여러 해가 지나서야 적에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주전은 영천의 황건적 토벌에 공이 있었고, 군대를 이끌고 남쪽으로 가 이제 막 적을 칠 계책을 세웠습니다. 군무에 임해서 쉽게 용병하는 것은 병가에서 기피하는 바입니다. 시간을 충분히 주면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영제가 이 말을 듣고 주전을 소환해 처벌하는 것을 중지했다. 간신히 문책을 면한 주전은 무리하게 군사를 몰아 들판에서 급히 황건적과 교전했다. 다행히 적을 격파하고 조홍의 목을 베었다.


남은 적들은 이번에는 한충을 수괴로 삼고 완성에 틀어박혀 완강히 저항했다. 포위 공격에는 많은 병력이 필요했으나 주전의 병력은 숫자가 충분치 않았다. 정면공격으로 성을 함락시킬 수가 없었다. 주전은 성을 빙 둘러 보루를 쌓아 포위망을 굳혔다. 그런 다음 성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성의 서남쪽에 토산을 높이 쌓았다. 그 위에서 북과 꽹과리를 울리며 공세를 취하자 적의 대다수가 그쪽을 방어하기 위해 몰려갔다. 이 틈을 타서 주전은 정병 오천 명을 이끌고 성의 동북 방향을 엄습해 성을 타고 넘어가는 데 성공했다. 성동격서(城東擊西)였다.
한충은 전 병력을 이끌고 내성으로 후퇴했다. 적들은 두려워 항복하겠다고 간청했다. 사마 장초가 앞장서서 서구, 진힐 등 모든 장수들과 함께 항복을 받아들이자고 주장했다. 장초는 장막의 친동생으로 그도 역시 소싯적에 장막과 더불어 협행으로 이름이 높았던 자였다. 주전이 반대했다.
“무릇 전쟁이란 것은 형태가 같은 것 같이 보여도 형세는 각기 다른 것이오. 옛날 진나라가 육국을 병탄할 때나 한고조가 항우와 싸울 때에는 백성의 주인이 정해지지 않았기에 항상 상을 주어 항복을 권유했던 것이오. 지금은 천하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고 오로지 황건적만이 장난을 치고 있으니 선을 따르도록 권하여 항복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소. 오로지 토벌하여 죄악을 징벌할 따름이오. 오늘 항복을 받으면 다시 역심을 품고, 유리하면 나와 싸우고 불리하면 항복을 구걸하게 되어 싸움만 길어질 테니 좋은 계책이 아니오.”
더욱더 급하게 적을 공격해 여러 번 연이어 싸웠으나 성을 함락시키지 못했다. 주전은 토산 위에 올라가 적을 자세히 관찰한 후, 장초에게 말했다.
“내가 적을 함락시키지 못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소. 적은 지금 바깥의 포위는 견고하고 안에서의 공격은 급박한 데, 항복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어쩔 수 없어 죽자고 싸우는 것이오. 만인의 마음이 하나로 합쳐져도 당해낼 수가 없는데 어찌 십만을 이길 수 있겠소. 그래서 피해가 큰 것이오. 포위를 풀고 병사들을 물리는 것이 났겠소. 한충이 포위가 풀리는 것을 보면 성을 나올 것이고, 성을 나오면 반드시 흩어져 도망하려 할 것이오. 이때 적을 공격하면 쉽게 격파할 수 있을 것이오.”
포위를 풀자 과연 한충이 군사를 몰고 나왔다. 주전이 공격하여 적을 대파했다. 사지에서 빠져나온 황건적들이 싸우기보다는 도망치느라고 바빴다. 관군은 승세를 타고 북쪽으로 도망하는 적을 수십 리나 쫓았다. 적 만여 명의 목을 베었다. 한충 등이 다시 항복했으나 분이 덜 풀린 진힐이 죽여버렸다. 나머지 무리들은 목숨을 구할 수 없음을 두려워하여 손하를 수령으로 삼고 다시 완성으로 들어가 저항했다.

손견이 강회지방에서 가려 뽑은 천여 명의 용사를 이끌고 도착한 것이 이 무렵이었다. 당초 주전이 우중랑장으로 임명되어 황건적 토벌에 나설 때, 그는 조정에 표를 올려 하비현의 현승 손견을 좌군사마로 삼게 해달라고 요청했었다.
손견의 고향인 오군은 원래 주전의 고향인 회계군에서 분리되었다. 동향이나 마찬가지였다. 주전은 난을 진압하는 책임을 맡은 기회를 이용하여 동향 출신으로 무용으로 명성이 높은 손견을 조정에 추천한 것이다.
손견은 주전의 부름을 받자 널리 병사들을 모집했다. 현승은 부현장급 행정직으로 휘하에 병력이 없었다. 손견이 모병을 하자 하비성 인근 향리의 소년배들이 다 종군을 원했다. 평소에 손견이 건달집단인 소년배들 사이에서 명망이 높았을 뿐 아니라 사실상 그들의 우두머리였기 때문이었다. 손견은 소년배 집단 외에도 보부상 패거리들과 멀리 사수에서 회수 사이의 지역에서까지 정병을 모집하여 그 모두를 합한 수효가 천여 명에 이르렀다.
손견이 주전과 병력을 합쳐 힘을 내어 분투하자 앞에서 막아서는 자가 없었다. 주전이 완성에 대한 총공격을 가하자 손견은 맨 앞장서서 성벽 위에 뛰어올랐다. 적의 무리가 개미떼처럼 손견의 주위에 몰려들었으나 손견이 큰 칼을 휘둘러 다 베어버렸다. 손견의 용맹이 이와 같았다. 적을 대파한 후에 주전이 그 상황을 자세히 듣고서 손견을 별부사마로 삼아 별개의 부대를 이끌게 했다.
손하가 무리를 이끌고 도주하자 주전과 손견 등은 남양군 서악현 정산(精山)까지 추격해 다시 격파하고 일만여 명의 수급을 추가로 베었다. 이로서 남양의 황건적이 모두 괴멸되었다.
주전은 이 공으로 이듬해 봄 지절을 하사받고 우거기장군으로 승진했으며, 난이 끝난 후 경성으로 돌아와 광록대부에 임명되었으며 식읍 오천호를 더 받고 현후 급인 전당후로 승진했다.7)
한편 황보숭은 예주의 황건적을 토멸한 후, 조정의 명을 받아 군사를 이끌고 동진했다. 그의 군대가 연주 동군에 이른 것은 8월이었다. 황보숭은 창정(蒼亭)8)에서 적과 교전하여 연주 황건적의 수령 복사를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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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한 시대에는 출신 지역이 매우 중요했다. 무재나 효렴 등 천거제에 의해 칙임관에 임용되었기 때문에 친인척이나 사제지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출신지역이었다. 무재는 매년 주별로 1명, 효렴은 군별로 1명씩 천거되었기 때문에 동향 선후배 간의 관계가 매우 끈끈했다.



2) 주부는 공조와 더불어 군의 요직이었다. 군의 태수 밑에는 장사, 주부, 공조, 독우 등의 관직이 있었는데, 지금으로 치면 장사는 비서실장, 주부는 총무과장, 공조는 인사과장, 독우는 감사과장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무관직으로 도위가 있는데 이는 경찰서장쯤에 해당한다.



3) 지금의 베트남 북부지역. 후한 말 교주의 한 군.



4) 영천군 내의 한 현. 지금의 하남성 장길현 소재.



5) 전단(田單)은 전국시대 제(齊)나라의 지방 관리로 무명 인사였다. 제나라는 전국시대의 강국이었으나 연(燕)나라의 악의(樂毅)가 연(燕), 진(秦), 조(趙), 위(魏), 한(韓) 등 5개국 연합국을 구성하여 침공하자 수도 임치(臨菑)를 포함하여 70여개 성이 모두 함락되고 즉묵(卽墨)과 거(莒), 두 개 성만 달랑 남게 되었다. 제왕은 거에서 포위되어 국가의 존망이 경각에 달려 있었다. 전단은 즉묵에서 성민들의 추대에 의해서 방어를 맡게 되었다. 전단은 먼저 반간계를 써 악의가 제왕이 되려한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연나라 소왕(昭王)은 악의를 해임했다. 지휘관이 바뀌고 승승장구한 연군이 자만에 빠져 해이해지자, 전단은 성안의 황소를 모두 모아 소뿔사이에 횃불을 묶고 바람을 등에 업고 적진에 돌진하게 했다. 뜨거운 불에 소들이 날뛰자 적진에 불이 붙었고 큰 혼란이 일어났다. 이틈을 노려 전단이 성안의 전 병력을 이끌고 총공격을 하여 적을 물리쳤다. 즉묵에서의 승리를 계기로 전단은 제 땅에서 연군을 몰아내고 칠십여 개 성을 모두 회복했다. 이를 전단지공이라 한다.



6) 광록훈 휘하의 무관직. 중랑장과 같이 황제를 호위하는 관직으로 기병을 담당. 녹봉 비이천석.



7) 후한 시대 작위인 열후는 여러 등급이 있다. 식읍의 크기와 행정단위에 따라 현후, 향후, 정후, 관내후의 순으로 등급과 서열이 매겨졌다. 전당후는 현후급이므로 군왕을 제외하면 최고급 작위이다.



8) 지금의 산동성 범현에 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