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기술 빼앗길 판"…'라인 강탈'에 대한민국 발칵
일본 소프트뱅크가 네이버가 보유한 A홀딩스 지분 일부를 7월 초까지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출자해 설립한 A홀딩스는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 운영사인 라인야후의 최대주주다.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이 일본의 라인야후 탈취 시도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는 9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라인야후 자본 변경안을 두고 네이버와 논의하고 있다”며 “7월 초까지 협상을 타결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미야카와 CEO가 구체적인 시점을 못 박으며 지분 매입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미야카와 CEO는 “라인야후 측 요청에 따라 보안 거버넌스와 사업 전략 관점에서 자본 재검토를 협의 중”이라며 “아직 합의에 이른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이 소프트뱅크에 추가 매입되는 것에 소극적이거나 저항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네이버도 소극적이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는 “네이버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이날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실책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합대학장은 “한국 정부가 사안을 안일하게 보고 대응하는 사이에 ‘대응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말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네이버가 보유한 A홀딩스 지분 일부를 사들이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매입 지분율은 확정하지 않았지만, 올 7월까지는 결론을 내겠다고 ‘기한’까지 명시했다. 라인야후를 온전한 ‘일본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힌 것이다. 이대로라면 네이버는 라인야후의 경영 주도권을 잃는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안일함을 질타하고 있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는 9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네이버로부터 A홀딩스 지분을 사들이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사장도 전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소프트뱅크가 가장 많은 지분을 취하는 형태로 바꾼다는 대전제를 깔고 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식 판매금액 측면에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입장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국내 정보기술(IT)업계에선 소프트뱅크가 ‘시세보다 싼값에’ 네이버 지분을 매입하려는 정황으로 보고 있다.
사업 자회사 라인야후도 네이버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있다. 네이버에 위탁한 IT 인프라 관리 등 주요 업무 23개 중 9개를 종료했고, 내년 6월부터 본격 독립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의 가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10조원대로 추산된다. 라인야후의 최대주주는 지분 64.5%를 보유한 지주사 A홀딩스이고,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A홀딩스의 지분을 50%씩 갖고 있다.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의 약 33%를 보유한 셈이다. 이날 오전 기준 라인야후의 시가총액이 2조8400억엔(약 25조원)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네이버가 지닌 라인야후 가치는 8조원 이상이다.
지금의 라인야후를 있게 한 데엔 네이버의 역할이 컸다. 2011년 첫선을 보인 라인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기획하고,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가 개발을 총괄한 한국산 서비스였다.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와 ‘반반 경영’이 시작된 건 2019년부터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계열사 Z홀딩스(야후재팬 운영사)가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다. 아이폰을 일본에 독점 공급하던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킬러 앱으로 라인을 눈여겨보다가 합작을 제안했다.
국내에선 정보기술(IT) 분야 해외 진출의 대표 성공 사례인 라인 플랫폼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정치권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해외 진출 국내 기업을 보호하고 한·일관계에 미칠 파장을 조기 차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라인야후 사태를 ‘참담한 외교’라고 비판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상황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이 사안은 단지 대주주 간의 경영권 분쟁이나 지분협상이 아니라 한국 기술을 일본에 빼앗기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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