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을 봉으로 아는데”…설 해외여행에 밀려난 제주
명절 등 황금연휴 기간마다 인기 여행지로 주목받았던 제주가 힘을 잃었다. 일본과 동남아 등 해외로 향하는 관광객 수가 연일 늘어나는 가운데 올 설 연휴 기간 제주를 찾는 사람 수는 작년보다 적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연휴가 본격 시작되는 이달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항공편과 선박을 통해 제주를 찾는 사람 수는 18만3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 기간 제주 방문객 수(20만3437명)보다 7.6% 적은 수준이다.
7%대 감소를 두고 그 폭이 유의미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여행업계에서는 감소했다는 사실 자체에 더 주목하고 있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내국인 관광객들이 해외로 향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불만족스러웠던 서비스나 제품·음식 등의 질, 또 그에 비해 과하게 책정된 물가 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팬데믹 기간 해외여행이 어려웠던 소비자들이 제주에 대거 몰리면서 이를 경험했고, 당시 느꼈던 실망감 때문에 재방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숙박시설이나 렌트카 업체 등의 ‘바가지요금’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며 “국내 주요 관광지들이 대체로 그런 경향이 있어 비단 제주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 정도가 과했고 무엇보다 당한 사람이 많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이 설을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인 음식점과 골프장, 출장뷔페전문점 등을 단속한 결과, ▲원산지 표시위반 7건 ▲식품위생법 위반 4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1건 등 총 12건이 적발됐다.
방송 프로그램에 맛집으로 소개된 한 식당의 경우 “모든 돈가스는 제주산 흑돼지로 만듭니다”라고 안내 문구를 적어놨지만, 실제로는 흑돼지 대신 백돼지를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 한 유명 골프장은 반찬으로 활용하는 미국산 돼지고기를 국산으로 거짓 표기했다.
표면상으로 문제가 없는 시설이었더라도 제주를 방문했던 이들 사이에서는 가격에 대한 불만 역시 종종 언급된다. 한 30대 소비자는 “작년 6월에 제주에서 차를 빌리려니 아반떼가 하루에 무려 12만원대였다. 보험비는 별도”라고 말했다.
제주가 외면받는 사이 해외로 향하는 관광객 수는 연일 늘어나고 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기간(20~24일) 하나투어 해외여행 패키지를 예약한 사람은 1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70배 증가했다. 모두투어에서도 1만3000명으로 90배 급증했다.
해외여행이 활발해짐에 따라 공항이용객 수 역시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은 이달 21~24일 48만여명이 공항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 기간 이용객(2만7986명)보다 17배 증가한 수준이다.
최근 들어서는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 등으로 일본이 특히 주목받으면서 일본을 찾는 한인 관광객 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일본정부관광객은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383만1900명 중 한국인이 101만2700명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4명 중 1명이 한국인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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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