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원 빌리면 월 원리금 '250만원'… "월급의 54% 대출이자"

부동산 거래시장에 불어닥친 한파로 전국 아파트 가격이 일제히 최저가를 기록하는 상황에도 중위소득가구의 대출상환 부담 비율을 나타내는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리 상승이 원인으로 해석된다.


▲ 시중 한 은행에 걸려있는 담보대출 금리 현수막

한국주택금융공사(HF)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89.3으로 집계 이후 가장 높았다. 2020년 2분기(52.1)부터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21년 4분기(83.5) 사상 최초로 80선에 진입하며 종전 최고치였던 2008년 2분기(76.2)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1분기(84.6)와 2분기(84.9)에 이어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위소득가구가 표준대출로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의 대출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수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시세의 중간가격과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금리,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가구소득 자료 등을 활용한다. 지수가 높을수록 주택구입부담이 가중된다는 의미다.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가구소득의 약 25%를 사용하면 주택구입부담지수가 100으로 산출된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가 214.6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2분기(204.0) 대비 10.6포인트 올랐다. 서울에 사는 중위소득가구가 주담대를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경우 소득의 절반 이상인 54%를 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에 써야 한다는 뜻이다. 통상 서울의 적정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소득 대비 주담대 상환 비중 33∼35%에 해당하는 130∼140선으로 평가된다.

서울 다음으로는 세종의 주택구입부담지수가 134.6을 기록하며 2위 자리에 올랐다. 이어 경기(120.5) 인천(98.9) 제주(90.9) 부산(88.1) 대전(86.6) 순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음에도 전국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장 큰 이유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주담대 상환 부담 확대가 지목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넷째 주(26일 기준)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변동률은 7.22%였다.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2년 5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특히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7.20% 하락하며 전년도(2021년) 누적 상승분인 6.58%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세종(-16.74%) 대구(-11.91%) 인천(-11.81%)의 하락률도 두 자릿수에 달했다.

한은 기준금리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기준금리를 연 0.50%에서 3.25%로 2.75%포인트 올리는 결정을 내렸다. 13일로 예정된 올해 첫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주담대 금리도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11월 예금은행 주담대 금리(신규취급액 기준·가중평균)는 연 4.74%로, 2021년 8월(2.88%) 대비 1.86%포인트 상승했다.

주요 시중은행 주담대 상품 금리는 연 8%에 육박했다. 지난주 우리은행 '우리아파트론'의 최고 금리는 7.72%, 하나은행의 '하나변동금리모기지론'의 최고 금리는 7.69%였다. 연 8%를 뛰어넘은 상품도 있다. SH수협은행의 'SH으뜸모기지론' 최고 금리는 8.71%로, 3억원 아파트를 담보로 2억원을 빌리면 10년 만기 기준 매달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이 250여만원이다.

HF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전국적으로 주택 가격은 하락하고 중위가구소득은 소폭 상승했으나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역대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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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