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속 ‘휘청’한 전세, 사기에도 속수무책…월세로 대체되나
세입자들이 전세계약 만료 시점에도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뚜렷하게 가혹화하고 있다. 지난 4월 전체 임대차거래 중 월세의 비중이 전세를 처음으로 역전해 현재에까지 이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만 800건에 가까운 보증사고가 발생했다. 치솟은 집값으로 인해 전세 형태의 주거를 선택한 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실정이다. 더욱이 전세가가 집값을 역전한 빌라 등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엔데믹을 향해가면서 기준금리가 상승, 전세를 대신해 월세를 선택하는 현상도 늘어난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가 이 같은 기조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계약에서 전세 대비 월세 계약이 더 많이 이뤄진 것은 지난 4월이었다. 당시 전체 물량 24만8137건 중 12만4276건이 월세 계약으로 50.1%를 넘어섰다.
이 같은 추세는 지난 11월까지 이어졌다. 5월에는 무려 57.8%가 월세로 몰렸다. 지난 11월에도 52.4%를 기록하는 등 임대차계약에서 전세를 대신해 월세가 대세가 되는 현상이 올해 내내 이어졌다.
월세 거래 급증은 고금리 시대의 변화다. 저금리 시대에는 전세대출을 받은 뒤 돈을 모으는 것이 내집 구매를 위한 종잣돈 마련 방안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전세보다는 반전세나 월세가 유리하다는 판단이 늘어났다.
임대차3법으로 인한 전세가 상승도 이 같은 추세를 부추겼다. 전세 물량이 감소하면서 전셋값이 오르고 4년 치를 한 번에 올려 받으려다 보니 생각치 못한 목돈이 필요해 맞추지 못한 차액을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진 셈이다.
여기에 전세사기가 기승하면서 전세에 대한 인기가 날로 떨어지는 추세다. 지나치게 이른 판단이지만 전세계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전세제도가 사라질 수 있다는 도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월세의 비중이 순간적으로 높아질 수는 있지만 아예 전세 제도가 사라질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20년 임대차 보증금의 규모만 850조원에 달하는데 이를 한번에 갚을 만한 케파가 되지 않는다.
현재는 전세대출 금리가 높은 상황이지만 다시 금리 인하의 시기가 오고 또 월세 수요가 계속 늘어나게 된다면 월세보다 대출 이자가 저렴해질 수 있는 시점이 도래할 수도 있다. 다시 전세가 인기를 얻을 만한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다만 전세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허점을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세보험을 실효성 있게 개선하고 전세사기를 일삼는 임대인에 대한 보다 폭넓은 사전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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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