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임대사업자 주담대 허용돼도…"얼어붙은 주택시장 녹이기 힘들어"
윤석열 정부가 다주택자·임대사업자에 대해서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잇달아 내놓는 규제 완화 정책의 일환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연착륙 시도 측면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으나, 얼어붙은 시장을 정상화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시장 상황을 봐서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와 정책 방향을 맞춰 주담대를 쓸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이 "고금리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기 때문에 수요 규제를 조금 더 빠른 속도로 풀어나가서 시장이 안정을 찾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한 데 이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9·13대책을 통해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의 신규 주담대를 금지한 바 있다. 불과 8개월 전 대출·세제 감면 혜택을 내놓으며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유도 정책을 펼쳤지만, 이들의 추가 주택 매수로 집값 상승이 감지되자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다.
최근 무주택자(처분조건부 1주택자 포함)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이 규제지역까지 50%로 일원화됐지만,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비규제지역 60%, 규제지역 0%가 그대로 유지됐다. 15억원 이상 초과 주담대 허용 당시도 다주택자 규제가 유지됐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경제 침체 우려로 부동산 거래절벽이 심화하자 윤석열 정부는 잇단 규제 완화로 연착륙 유도에 나섰다. 이날 회의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 제도를 기존 방식으로 원상복구하는 방안도 대책으로 거론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완화가 당장 얼어붙은 시장을 녹일 만큼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시장 영향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향후 시장 상황이 좋아질 때를 대비해 장기적인 관점으로 여러 규제 완화를 시행해두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시장 정상화라는 국정 과제에도 부합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지금은 미국의 기준금리 향방이 가장 지배적인 변수"라며 "주담대가 가능해져도, 세를 주고 임대 수익과 시세 차익을 노리는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들이 굳이 시장 침체의 위험을 안고 주택을 매입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상승 기대감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고 이자 부담까지 커져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가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라며 "전 정부에서 소멸됐던 임대사업자 혜택이 부활하고 이와 함께 주담대 완화가 맞물리면 관심이 높아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수도권에 나온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는 "여력 있는 수요자들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당 수준 떨어진 급급매 물건을 갭투자로 사들일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매수 심리가 얼어붙고 거래 자체가 끊겨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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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