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현실화' 개편 1년 연기 … 내년에도 올 수준 적용
文정부때 시세의 90%로 상향
보유세 크게 올리는 원인으로
현정부서 연내 개편 추진중
집값 급락하고 시간도 촉박해
조세연구원 "추가 검토 필요"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폭탄'의 원흉으로 지적돼온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내년에는 올리지 않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설계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전면 개편한다는 기존 계획에서는 일보 후퇴한 조치다. 현재의 부동산 시장 침체 분위기와 고금리 등 대외적인 급변 상황을 고려해 전면 개편은 내년에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4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의뢰받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연구용역 결과를 이날 공청회를 통해 발표하면서 이 같은 최종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조세연의 연구용역 결과는 지난 6월 국토부가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조세연은 기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의 개편을 1년 유예하는 것을 국토부에 최종 제안했다. 단 내년도 공시가격은 올해 기준 현실화율을 적용하자는 의견을 냈다. 이는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화율 제고로 공시가격이 올라 부동산 세금이 증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날 연구 결과를 발표한 송경호 조세연 부연구위원 "부동산 시장 상황, 공시제도 개편 등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므로 장기 계획을 현시점에서 재수립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1년 유예 의견을 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란 공시가격이 시세를 얼마만큼 반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시세 10억원 주택에 현실화율 70%를 적용하면 해당 주책의 공시가격은 6억원이 되는 식이다.
현재의 현실화율 계획이 문제가 된 것은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게 설정돼 있어 주택 보유자들의 세 부담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2020년 11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도입한 문재인 정부는 공시가격이 시세의 90% 수준으로 오르도록 설계해놓았다. 제도 도입 당시인 2020년 기준 69.0% 수준이던 공동주택 현실화율은 단계적으로 2030년까지, 53.6% 수준이던 단독주택의 현실화율은 2035년까지 각각 9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전국 공동주택 평균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2020년 69.0%에서 2021년 70.2%, 올해는 71.5%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공시가격 상승은 집갑 급등기와 맞물리면서 주택 보유자들의 세 부담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조세연은 이 같은 문제점을 바탕으로 현재의 목표 현실화율(90%)을 하향 조정하는 등 네 가지 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세연은 결론적으로 기존 계획을 1년 유예하는 안을 국토부에 제안한 것이다. 송 부연구위원은 "공시가격이 재산세, 종부세 등 납부 시점의 시세를 역전하지 않기 위해 90% 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부동산 가격 하락폭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내년도 공시가격 산정에 적용되는 현실화율에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선 "지난 2년간 공시가격 급등으로 국민 부담이 이미 크게 증가했음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앞선 정부 조치로 올해 보유세가 2020년 수준으로 내려갈 예정인 가운데 시세 하락기로 접어들어 이번 현실화율이 동결되면서 내년도 보유세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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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