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에 車 출고지연.. 소비자 "우릴 인질로 삼아"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신차 출고 지연이 극심한 가운데,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완성차 탁송까지 타격을 받게 됐다.


▲지난 8일 오후 광주광역시 기아 광주공장에 완성차들이 가득 주차돼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카캐리어 동원이 어려워지자 기아는 임시운행허가증을 발급받아 완성차를 직접 운전해 다른 공간으로 옮기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개별 자동차 지점들은 이번 주 신차를 인도받을 예정이던 소비자들에게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도가 늦어질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일부 차종은 ‘로드탁송’을 선택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로드탁송은 차 회사 직원이 직접 차를 몰고 고객에 인도하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를 늦게 받거나 로드탁송을 선택하는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출고 지연은 화물연대 총파업 여파다.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는 전날부터 기아(000270) 오토랜드 광명·화성에서 생산된 완성차 운송을 거부했다. 공장에서 출하장으로 차량을 실어 나르는 ‘카캐리어’가 멈춰서자, 기아는 번호판을 발급받지 못한 이 차량들에 대한 임시운행허가증을 발급받아 임시방편으로 직원들이 직접 차를 몰고 공장에서 출하장까지 운전했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사업장, 현대차(005380) 울산공장 등에서도 화물연대 소속 카캐리어 운전기사들이 파업하며 번호판을 달지 않은 차량이 전국 도로를 달렸다.

현대차는 그룹의 물류회사인 현대글로비스(086280)가 탁송 업무를 맡고 있는데, 현대글로비스 협력사 소속 화물 노동자 중 약 70%가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알려졌다. 기아와 계약한 완성차 운송업체 소속 카캐리어 200여대 중 98%가량도 화물연대 소속이어서 여파가 적지 않다.

현대차는 파업으로 인한 신차 출고 지연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 차종에 로드탁송을 도입하고, 로드탁송 출고에 동의한 고객을 대상으로 무상보증 주행거리 기준을 2000㎞ 늘려주기로 했다. 현대차의 차체 및 일반부품 무상보증기간은 ‘3년 또는 6만㎞ 이내’인데, 로드탁송 차량은 고객 인도 이전에 도로를 주행한 만큼 ‘3년 또는 6만2000㎞ 이내’로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주 중 신차를 출고 받을 예정이었던 차주 사이에선 불만이 많다. 빠른 출고를 위해 로드탁송을 선택할 수 있지만, 차주가 직접 ‘새 차 길들이기’를 하기 전에 다른 사람이 신차를 먼저 주행한다는 불만이 많은 편이다.

화물연대는 자동차 부품 운송도 거부하며 공장을 멈춰 세우고 있다. 자동차 산업 특성상 한 가지 부품이라도 물류가 원활하지 않으면 전체 자동차 산업의 가동이 중단된다는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화물연대 파업의 영향으로 현대차 울산공장의 생산 라인은 이틀째 멈춰서길 반복했다. 이는 가뜩이나 긴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을 더 지연시킬 전망이다.

소비자 사이에선 화물연대가 소비자를 볼모로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 주요 온라인 자동차 카페에선 “애꿎은 소비자를 인질로 삼아 협상하느냐”, “부품 수급 문제로 생산까지 기다리는 것만 몇 개월인데, 이젠 탁송까지 기다려야 하는 현실이 우울할 따름”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자동차부품산업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화물연대의 이번 집단행동은 신차 인도를 지연시키며 수많은 고객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반도체 공급 차질로 고객들이 자동차 계약을 한 뒤 수개월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화물연대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지속된다면 신차 출고를 고대하는 고객들은 더욱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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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