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잿값 급등에 밑지는 장사".. 대형 재개발 포기하는 건설사들
'부산 최대어' 우동3구역 2연속 유찰
성남 수진1·신흥1구역도 시공사 못 구해
"공사비 한계.. 선별 수주 강화 불가피"
부산 최대 재개발 사업지로 꼽히는 해운대구 우동3구역의 재개발 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현대건설·롯데건설·SK에코플랜트 등 대형건설사가 입찰 의향을 내비쳤지만, 결국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지난달과 이달 2번 연속 유찰됐기 때문다.
입찰을 검토했던 A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올라서 조합 측이 책정한 공사비로는 이제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면서 “정비사업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는 건설사들도 ‘돈 되는 사업지’를 골라내는 선별 수주 방침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더 이상 옛날처럼 물량(재개발 사업지)이 나왔다고 무조건 입찰하고 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20일 건설업계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동3구역처럼 예비 공사비 1조원 규모의 대형 재개발 사업지에서 대형건설사의 입찰 포기로 시공사 선정에 차질을 빚는 일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A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에 공사비를 올려받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서울보다도 지방의 조합들이 그럴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선 지방 사업지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의 영향이 특히 체감된다. 지방에서 나름 상급지라는 부산 해운대조차도 그렇다”고 말했다.
우동3구역은 당초 대형건설사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부산의 강남’으로 불리는 해운대, 그것도 지하철 해운대역 가까이에 위치해 입지가 좋고, 예상 공사비 9200억원, 2918가구로 규모로도 부산 재개발 사업지 중 최대 수준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수주 열기를 가라앉힌 공사비 문제와 관련해, 업계에 따르면 우동3구역 조합이 책정한 공사비는 3.3㎡(평)당 590만~600만원 정도인 반면 건설사들이 620만원 정도가 적정하다고 봐 입장 차이가 있는 걸로 전해졌다.
우동3구역 조합은 이번에도 공사비를 올리지 않아 3차 입찰 역시 유찰될 가능성도 있다. 조합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입찰에 불참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면서 “공사비는 일단 1, 2차 공고 때 그대로 책정했다. 이번 3차까지 입찰 공고를 하고 또 안 되면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입찰 마감은 다음 달 13일까지다. 2차 입찰을 검토했던 B건설사 관계자는 “3차에서도 공사비가 그대로라면 역시 참여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인 경기 성남시 공공참여형 재개발 사업지인 수진1구역과 신흥1구역도 지난달 말 시공사 선정 입찰이 유찰됐다. 입찰공고를 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3.3㎡당 495만원 이하의 공사비 조건을 내걸었는데, 건설사들은 수도권 공사 현장 평균인 500만원대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LH는 두 곳 주민대표회의와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진1구역 재개발은 예상 공사비 1조2000억원, 5259가구·오피스텔 312가구 규모의 사업이다. 현대건설·대우건설·SK에코플랜트·DL이앤씨 등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 설명회에 참여했지만 지난달 말 아무도 입찰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4183가구 규모의 신흥1구역은 현장 설명회에도 전원 불참했다.
건설사들의 원자재발(發) 재개발 선별 수주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걸로 보인다. C건설사 관계자는 “조합 입장에선 분담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공사비 인상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안다. 인상했다간 그보다 싼 건설사를 찾겠다면서 비상대책위원회가 생기고 조합 내부 갈등으로 이어지는 일도 있다”면서 “그보단 앞으로 계속 유찰돼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다 보면 조합도 시공사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줄 수밖에 없고 점진적으로 타협점도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부담으로 당장 공사비 인상이 필요하다는 이들의 주장에 같은 건설업계 내부에선 의문도 제기된다. 아직은 건설사들이 공사비 인상 없이도 늘어날 원가를 충분히 감당할 여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다만 재개발 사업을 속속 포기하는 배경에 원자재 쇼크가 있다는 데엔 동의했다.
D건설사 관계자는 “당장 원자재 가격 인상에 건설사들의 마진이 사라질 정도는 아니겠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어 공사비가 언제든지 천정부지로 뛸 수 있다는 부담을 갖고 있다”면서 “수주를 하게 되면 이런 불확실성을 건설사가 책임져야 하니, 전쟁 국면이 안정화한 다음에 적극적인 수주에 나서자는 게 건설사들의 판단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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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