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승부수 통했다…SK그룹, 재계 서열 2위 올랐다

자산규모 292조원으로 현대차 꺾어…반도체·신사업 성과
SK하이닉스, 인수 10년 만에 자산규모 66.8조원 증가

SK그룹이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재계 2위에 올랐다. 지난 2006년 3위에 오른 지 16년만에 한단계 더 상승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과감한 결단과 승부수가 역전의 발판이 됐다. 지난 2012년 3월 인수한 하이닉스반도체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배터리와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이 덩치를 키우는 게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2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그룹의 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291조9690억원으로, 1년 전(239조5300억원)보다 52조4390억원 늘며 현대차(257조8450억원)를 따돌렸다.

2006년 LG그룹을 제치고 3위에 올라선 지 16년 만이다. 당시 54조8000억원이었던 자산총액은 235조2000억원(5.3배)이나 늘었다.

SK그룹의 성장에는 2012년 인수한 SK하이닉스 성장이 결정적이었다. SK하이닉스 자산은 2012년 인수 당시 18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85조원으로 66조8000억원이나 늘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일본 키옥시아에 4조원을 투자한 데 이어 인텔 낸드 사업부를 10조원에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또 SK머티리얼즈와 SK실트론도 인수하며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팹리스 업체인 ARM 인수를 선언했다.

투자는 성과로 이어졌다. 올해 1분기 '반도체 비수기'임에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1% 늘어난 12조1556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영업이익도 115.9% 증가한 2조8596억원으로 반도체 산업의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1분기(4조3673억원) 다음으로 높았다.


SK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택한 배터리와 신재생에너지 투자도 자산 증가에 힘을 보탰다. 최태원 회장은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4대 핵심사업으로 '첨단소재·바이오·그린·디지털'을 꼽은 바 있다.

SK온(배터리 사업)과 SK어스온(석유개발사업) 등 3개사 물적분할로 7조9000억원, 신재생에너지·친환경사업 투자와 관련 기업의 설립과 인수로 11조4000억원 자산이 증가했다. 또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SK바이오사이언스·SK리츠 기업공개(IPO)로 3조6000억원, 석유화학 사업 영업환경 개선으로 4조3000억원 늘었다.

최 회장이 강조해 온 ESG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 역시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ΔSK이노베이션의 미국·헝가리 배터리 공장 건설 및 친환경 사업 투자(2조8000억원) ΔSK㈜와 SK E&S, 미국 수소에너지 기업 플러그 파워 투자(1조6000억원) ΔSKC, 전기차용 동박 제조업체(KCFT) 인수 및 해외공장 투자(1조5000억원) ΔSK에코플랜트, 수처리 및 폐기물처리 업체 EMC홀딩스 인수(1조원) ΔSK㈜, 美 퍼펙트데이 등 테크푸드 기업 투자(2000억원)가 대표적이다.

SK그룹의 자산증가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SK쉴더스를 비롯해 SK에코플랜트, 원스토어 등 IPO가 예정돼 있고 글로벌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기업의 숙명은 챔피언이 아니라 도전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새해에도 위대한 도전 정신으로 미래를 앞서가는 '새로운 시간의 프런티어'가 되자"고 강조한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의 자산 2위 성장 배경은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산업분야에 과감히 투자를 단행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했기 때문"이라며 "ESG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고 기업분할 및 기업공개로 기업가치를 키운 것도 주요 배경"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당분간 SK의 자산증가가 이어질 것"이라며 "최 회장의 투자가 성과를 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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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