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적극행정으로 하도급 분쟁 조정 성공. 조정 및 조사권한 확대 필요
경기도가 연료전지 부품의 제조위탁과 관련한 하도급 분야 분쟁사건에 적극 개입해 조정성립을 이뤄냈다. 기존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주관해오던 하도급 분쟁조정 업무를 지방정부가 진행해 조정을 성립시켰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28일 경기도에 따르면 A업체는 “B기업으로부터 부품 제조를 위탁받아 일부 제품을 납품했으나 하자 통보와 함께 사업자 통장이 가압류됐고 약 2억 8천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받았다. 나머지 미납 완성품들은 수령조차 거부됐다”며 지난해 10월 도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B기업은 경기도의 분쟁조정에 참여의사를 밝히며 “A업체의 제품에 하자가 있었고, A업체 임직원의 업무상 배임행위가 있어 신뢰가 훼손됐으므로 해당 제품을 수령하거나 더 이상 거래를 계속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도는 지난 5월 28일 분쟁조정협의회를 개최한 뒤 조정안을 제시했으며, 양 당사자가 합의함으로써 지난 21일 조정이 성립됐다.
도는 업무상 배임행위와 같은 계약 체결과정 상 위법행위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하도급 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이상 하도급법상의 의무를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A업체는 B기업이 하도급법을 위반했으므로 채권가압류를 해제하고 하자보수를 조건으로 제품을 수령해 거래를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현행 하도급법에는 하도급 분쟁을 줄이기 위해 하도급 계약 관련 서면 교부 의무규정을 두고 있다. B기업은 발주서 발급을 이유로 서면교부의무를 이행했다고 주장했으나 도는 발주서 발급만으로는 서면교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봤다. 또 A업체가 제공한 제품의 ‘제조공정도, 검사성적서, 작업표준서’ 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술자료에 해당하고, B기업이 A업체에게 이메일로 기술자료를 요구하고 기술자료에 관한 서면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하도급법 위반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제품을 납품받은 후 하자 통지와 납품일로부터 10일 이내에 검사 결과를 통지하지 않는 경우에는 하도급법상 검사 합격으로 간주될 수 있어, 검사결과 미통지가 B기업으로서는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었다.
이에 도는 A업체가 납품 후 하자가 발견된 일부 제품에 대해 1회에 한해 보수 후 납품하면 B기업은 가압류를 해제하고, 미납 완성품에 대해서는 검사기준에 합격한 경우 B기업이 수령 및 납품대금을 지급하고 모든 분쟁을 종료하는 것으로 중재했다. 이를 양 당사자가 받아들이면서 조정이 성립됐다.
이번 분쟁조정은 하도급 계약 체결과정 상 업무상 배임이나 하자 등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도 하도급 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이상 하도급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하도급법의 존재의의를 밝히는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도는 설명했다.
김지예 경기도 공정국장은 “법상 권한이 없지만 경기도가 현장의 필요성에 따라 자율분쟁조정으로 적극 행정을 행한 사례로 그동안 공정위에게 지속적으로 요구해오던 조정 권한 확대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공정거래분야의 조사처분권 등 더 많은 감독권한을 중앙-지방정부가 공유해 불공정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구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는 분쟁조정 및 조사처분권의 확대를 위한 학술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으며, 관련 법안에 대해 국회,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영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