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 접전이라더니…처음부터 '붉은 신기루' 없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미국 폭스뉴스가 6일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방송 자막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재 선거인단 과반인 277명을 확보해 해리스 부통령(226명)을 따돌렸다며 “트럼프가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고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전례 없는 우여곡절과 두 번의 암살 시도가 있었던 역사적인 선거 주기를 거쳐 백악관에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 오전 2시30분쯤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승리 선언 연설을 하는 장면을 생중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역사상 전례 없는 위대한 정치적 승리”라며 “47대 대통령에 당선돼 영광”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을 치유하고 이 나라의 모든 문제를 고칠 것”이라며 “오늘은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미국인들이 나라의 통제권을 다시 되찾은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분열로 점철된 지난 4년을 뒤로 하고 미국을 다시 강하게, 번영하게 만들 시간”이라며 “이 고귀하고 정의로운 여정에 여러분이 모두 동참해주길 바란다. 국민 여러분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내 멜라니아를 ‘퍼스트 레이디’라 호명하며 포옹했고, 러닝메이트인 J D 밴스 공화당 상원의원에 대해서는 “초반에 논란이 있었지만 매우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대선 기간 내내 캠프의 살림꾼 역할을 한 ‘1등 공신’ 수지 와일스와 크리스 라시비타를 무대에 올려 감사를 표했다.
4년 전과 비교해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인 히스패닉계와 인플레이션 직격탄을 맞은 저소득층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에디슨 출구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히스패닉 유권자로부터 45%의 지지를 얻어 해리스 부통령(53%) 보다 뒤처졌지만, 2020년 대비 13%포인트 올랐다. 특히 히스패닉계 남성 유권자들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4년 전과 비교해 18%포인트 급증했다. 이들이 ‘샤이 트럼프’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민주당은 생식권(낙태권) 현안 등을 통해 여성 유권자들이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길 기대했지만 적어도 백인 여성 유권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에디슨 출구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교외 백인 여성 유권자 사이에서 51% 지지를 얻어 해리스 부통령(47%) 대비 우위를 점했다. 예상보다 ‘히든 해리스’가 적었다는 분석이다.
경제 현안도 영향을 미쳤다. 에디슨은 출구조사에서 유권자의 31%가 최우선 현안으로 경제를 꼽았다고 전했다. 해당 유권자들의 79%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전국 유권자의 약 45%는 가계의 재정 상황이 4년 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답했는데, 이들 중 80%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에디슨은 전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학과 교수는 “미국 우선주의와 대대적인 감세라는 노골적이면서 거친 트럼프의 메시지가 저소득층은 물론 고소득층까지 사로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젠더 이슈에서 아직은 보수적인 미국 사회, 민주당 행정부에 대한 실망감, 해리스 부통령의 뚜렷한 정책 부재 등도 이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요인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현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대통령은 물론 상원, 하원 또한 공화당이 가져가는 ‘레드 스윕·Red Sweep’으로 의회가 제 기능을 못할 수 있다”면서 “한국 입장에선 우리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상식 있는 친한(親韓)·지한(知韓) 상원의원 확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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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